연예
[인터뷰①] 박시은 "이동건 선배님과 벌벌 떨면서 계곡서 촬영했죠"
입력 2017-06-27 07:01 
박시은은 `7일의 왕비`에서 박민영 아역을 똑부러지게 해냈다. 사진| 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왜 맨날 안 된다카노. 내는 왜 태어났노. 촌구석에 둘 거면서 왜 낳았냔 말이다."
배우 박시은(16)은 KBS2 수목드라마 '7일의 왕비'에서 신채경(박민영 분)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센 거창 사투리는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면서도 씩씩하게 자란 신채경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줬다.
"캐스팅된 후에야 신채경이 사투리를 쓰는 걸 알았어요. 사투리가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죠. 신채경이 천방지축이지만, 솔직하고 당당한 아이라고 생각했고,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표현하려고 고민했어요."
신채경은 '왕가와 혼인을 맺으면 비극적인 운명을 맞는다'는 사주 때문에 부모님과 떨어져 거창에서 지내야 했다. 조선의 역대 왕비 중 가장 짧은 7일 동안 재위한 단경왕후 신씨에서 착안한 이야기다. 박시은은 본관인 거창에서 지낸 어린 신채경을 표현하기 위해 촬영 내내 사투리를 연습했다. 사투리 녹음을 귀에서 떼지 않고 익숙해지려고 했고, 일상에서도 사투리로 대화했다.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 이어 두 번째 사극 도전도 만만치 않았다.
"현대극과는 인물의 행동이나 습관도 다른 면이 많더라고요. 시대적인 배경을 이해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죠. 단경왕후 신씨의 일생이나 가족 등 역사적인 부분을 찾아봤어요. 그 후에 사투리를 연습하고 신채경을 계속 연구했습니다."
박시은은 어린 이역 역할을 맡은 백승환과 합을 맞췄다. 두 사람은 작품 속에서 앙숙으로 만났다가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혼인까지 약속했다. 박시은은 "백승환 오빠가 처음에는 수줍고 모범적이었지만 갈수록 이역처럼 되더라"고 말했다. 박시은, 백승환이 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잘 만든 덕분에 성인 배우들도 이들의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었다.
배우 박시은. 열 여섯 맑은 얼굴이 빛난다. 사진| 강영국 기자

연산군인 이융 역할을 맡은 이동건(37)은 주인공 가운데 유일하게 아역 없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등장했다. 박시은과 이동건의 첫 촬영 장면은 신채경이 이융이 계곡에서 목욕하는 것을 본 순간이었다. 한밤의 계곡 촬영은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
"이동건 선배님은 상대 배우를 편하게 해주세요. 매너도 좋으시고 저도 잘 챙겨주셨어요. 계곡 촬영 때는 중간에 비도 와서 이동건 선배님과 함께 벌벌 떨면서 찍었죠. 선배님이 물에 들어가기 전에 '많이 추우니까 당황하지 말아라'고 하셨고, 따뜻한 수건도 건네주셨습니다."
통통 튀고 사랑스러운 신채경은 박시은을 거쳐 박민영(31)에게 갔다. 어렸을 때와 성인 시절의 차이가 나지 않을 만큼 두 배우는 신채경의 이음새를 단단하게 묶어 전달해 받았다. 이들 덕분에 신채경의 캐릭터는 뚜렷해졌다. "첫 대본 리딩 때 박민영 선배님과 만나 서로 '잘 부탁한다'고 했죠. 저는 아역 부분의 스타트를 잘 끊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어요. 선배님은 이를 잘 받아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을 것 같아요."
박시은은 가수 박남정(51)의 딸이다. 가수인 아버지의 끼를 물려받은 박시은은 어릴 때부터 춤을 추거나 연기하는 게 좋았다고 했다. 결정적인 계기를 통해 배우의 길을 걸었다기보다는 카메라와 가까이 지낸 영향이 컸다. 관심과 비례해 냉혹한 평가도 따라다니고 있다.
"좋은 반응이든 나쁜 반응이든 모든 게 감사해요. 더 배우고 실력을 쌓아야죠. 현재의 목표는 최대한 실력을 늘려서 발전하는 거예요. 시청자들이 제 연기를 보고 힐링하고, 같이 눈물 흘릴 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아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in999@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