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잘 고른 스팩 하나, 열 공모주 안 부러워요
입력 2017-06-27 06:03 
[증권투자비밀수첩-139] "스팩이 달라졌다."
과거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는 투자자들에게 별 볼 일 없는 종목으로 인식되기 일쑤였다. 상장 후 합병 대상 기업을 찾기까지 기약 없는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합병 법인을 찾았다는 소문에도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해 투기 심리만 자극하기도 했다. 정작 합병 후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4월 말 상장한 토박스코리아가 스팩에 대한 인식을 깨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국내 최초 유아동 프리미엄 신발 편집숍을 운영하는 토박스코리아는 대우SBI스팩1호와 합병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게 됐다. 상장 후 647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26일 현재 4800원이다. 대우SBI스팩1호의 공모가인 2000원에 비하면 수익률은 무려 140%에 달한다. 올해 상장한 어느 공모주보다 높은 수치다.
이 밖에도 2016년과 올해 상장한 썸에이지(105.5%), 정다운(71.3%), 넷게임즈(43.0%), 켐온(29.3%) 등이 합병 기준가 대비 높은 주가 수익률을 자랑하고 있다.
스팩에 투자하는 방법은 이처럼 합병 이전의 스팩 주식을 보유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물론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비상장 주식을 보유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일반 투자자들이 스팩 종목을 공모 청약 때부터 보유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실제로 많은 스팩이 상장하지만 공모 청약 경쟁률은 미달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상장 당시에는 합병 성공 여부가 전혀 예측되지 않기 때문이다.

도입 9년 차를 맞이한 스팩은 이처럼 중소기업에 또 하나의 상장 창구로 자리 잡게 됐다. 일반 공모를 통해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업들도 스팩 상장의 이점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스팩 투자로 '대박'을 달성한 투자자들도 나타났다.
2009년 도입된 스팩이 드디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스팩은 기업에 우회 상장 통로를 제공하기 위한 종목이다. 그 자체로는 기업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없는 서류상의 회사에 불과하다. 비상장 기업은 이미 상장한 스팩이 보유한 자본을 흡수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스팩을 보유한 증권사 입장에서는 서류상의 회사가 실제 기업과 합병하면서 기업 가치가 올라간다.
상장 후 3년 내에 합병할 기업을 찾지 못하면 상장 폐지 및 해산 절차를 밟게 된다. 그때 투자자들은 공모가 수준의 원금과 3년치 이자 수익을 돌려 받을 수 있다.
대개 스팩은 합병 전에는 공모가인 2000원선을 벗어나지 않는다. 합병 기준가도 2000원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합병 전 스팩의 주가가 용솟음칠 때가 있다. 합병 기업을 찾았다는 소문이 돌 때 그렇다.
주의할 점은 이런 소문은 대개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 작전 세력들이 스팩을 표적으로 삼은 것이다. 스팩의 경우 거래량과 시가총액 규모가 작다. 게다가 스팩에는 합병 소식만이 유일한 호재다. 그러다 보니 이를 이용해서 시세 차익을 노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상한가 행진에만 주목해 뒤늦게 추격 매수한 투자자는 결국엔 '폭탄 돌리기'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한에 쫓겨 부실 기업을 상장시키는 것은 아닌지도 유의해야 한다. 스팩 특성상 3년 안에 합병 대상 법인을 찾아야 하다 보니 상장 폐지 전에 억지로 합병을 성사시키려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별다른 합병 계획 없이 상장된 스팩만 40개가 넘다 보니 부실 기업 합병 추진 가능성은 앞으로도 더 높아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묻지마 투자는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며 "피합병법인에 대한 꼼꼼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우성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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