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맥라렌 등 '슈퍼카'로 불리는 고가 승용차를 단체로 몰고 다니며 '고속도로 레이스'까지 벌인 자동차 동호회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부분 고소득 자영업자인 이들은 고가 차량을 과시하려 난폭운전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서울서부경찰서는 집단으로 고성능 자동차를 몰고 다니며 난폭운전을 벌인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슈퍼카 동호회 회장 김 모(37)씨 등 회원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 등은 지난 4월 29일 0시 20분께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 각자의 차량을 끌고 모인 뒤 올림픽대로에서 한 번에 2개 차선을 넘나드는 등 난폭운전을 하고 인천공항 고속도로 공항 방향 3개 차로에서는 최고 시속 260km로 '롤링 레이싱'을 벌였다. 롤링 레이싱이란 시속 60km 정도로 천천히 달리다가 동시에 가속해 도착 지점까지 속도를 겨루는 경주 방식이다.
이들은 폭주를 벌이면서 경주 차량들은 앞으로 보내고 뒤쪽에서 다른 차량들이 나란히 저속 주행하는 방식으로 길을 막아 레이싱 공간을 확보했다. 또 단속을 피하기 위해 스마트폰의 무전기 앱으로 과속단속 카메라 위치를 공유하기도 했다. 김 씨 등 동호회원들은 대부분 고소득 자영업자들로 서로 다른 동호회에서 활동하다가 올해 2월께부터 함께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운행한 차량은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우라칸·가야르도, 맥라렌 650S 스파이더, 벤츠 CLS 63 AMG, 아우디 R8·A7, 쉐보레 카마로 등이었다. 대부분 차량값이 수억원대에 달하는 차량들이다. 이들은 과시욕 때문에 이 같은 폭주를 벌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회원들이) 고급 스포츠카의 특성상 여러 대가 함께 움직이면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기분 좋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슈퍼카'의 속도가 워낙 빠른 탓에 단속 과정도 쉽지 않았다. 경찰은 국산 준중형차를 타고 이들을 쫓았지만 여러 번 단속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범칙금 부과에 그쳤던 난폭운전이 지난해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됐다"며 "대형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만큼 지속적으로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형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