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로 집값 급등" 10%뿐…시장선 정부 `헛다리` 우려
입력 2017-06-25 17:55 
부동산시장 전문가 10명 중 6명은 최근 서울 집값의 급등 원인으로 '풍부한 유동성'을 꼽았다. '주택 공급 부족'을 요인으로 든 전문가도 20%에 가까웠다. '투기세력의 매수'를 답변한 사람은 10%에 불과해 김현미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의 최근 강경 발언이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부동산 업계의 우려를 실감케 했다.
김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부동산시장 과열의 원인이 다주택자들의 투기성 거래라며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언한 바 있다.
25일 매일경제가 학계, 건설업계, 금융업계, 공공기관 등 다양한 분야에 포진된 부동산 전문가 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서울 집값의 급등 원인으로 '풍부한 유동자금과 대체 투자수단 부족'이라고 답변한 전문가가 23명(57.5%)이었다. '주택공급 부족'이 7명(17.5%), '강남권 재건축 확산'이 6명(15%)으로 뒤를 이었다. '투기세력의 매수'는 4명(10%)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결과는 최근 부동산시장 상황에 대한 정부 시각이 잘못됐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 우려'와 '풍부한 유동성'이 맞물리면서 서울 집값이 급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 들어 시중 단기자금은 1000조원을 넘어서며 가계부채(1300조원) 규모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따라왔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서울에 새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분양권 시장에 들어와 분양권 가격이 급등했고, 대기 물량인 '빠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이어 뛰는 순환고리가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서울의 올해 입주 물량은 2만6331가구로 최근 10년간 연평균 입주 물량인 3만2364가구보다 19% 감소했다. 내년 입주 예정 물량도 3만3999가구로 역대 최대였던 2008년(5만5647가구)보다 훨씬 적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서울의 주택보급률(주택 수를 가구 수로 나눈 수치)은 96%로 전국(102.3%)에서 가장 낮다. 다른 지역은 몰라도 서울에 한해서만큼은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원인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통계다. 1인 가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주택 수요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총가구 수는 2045년까지 증가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좀 더 정밀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취임하자마자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금융 규제, 보유세 강화 등 수요 측면만 묶는 부동산 규제를 쏟아부어 되레 집값 급등을 낳았던 참여정부 시절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설문에 응답한 40명의 전문가 중 23명(57.5%)이나 새 정부가 취해야 할 주택 가격 정책방향을 '실수요자 중심 재편을 위한 규제책'이라고 응답한 점에서 이런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실제로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대책'(복수응답 가능)을 묻는 질문엔 수요와 공급 측면을 아우르는 답변이 나왔다. '투기과열지구 지정'(42.5%) '대출규제 강화'(37.5%) 등 수요를 묶는 정책이 가장 많이 꼽혔지만 '임대주택 확대'(22.5%)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등 아파트 재건축 촉진'(15%) 등을 통해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진단도 37.5%로 만만치 않았다.
[손동우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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