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말 수도권 견본주택 13만명 북새통 `실수요의 힘`
입력 2017-06-25 17:04 

문재인 정부의 '6·19 부동산대책'이 나온 후 첫 주말을 맞아 서울과 경기권의 견본주택에는 실수요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판교, 고덕, 수색, 고양향동 등 4곳의 견본주택 가운데 판교더샵 퍼스트파크만 전매제한이 1년 6개월이고 나머지 3곳은 모두 입주전까지 전매가 완전히 금지되는 지역이다. 그럼에도 주말사이 4곳의 견본주택을 방문한 아파트구매 대기자들이 13만명을 넘었다.
정부의 투기세력 엄단 방침 때문에 지난 주말 견본주택 주변에는 분양권 전매를 주로하는 이동식 중개업소, 소위 '떳다방'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매제한 때문에 당첨직후 분양권을 팔아 시세차익이나 거두려는 투기가 불가능한 단지인데도 구름인파가 몰린 것은 '실수요의 힘'이란 분석이다. 현장에서 만난 예비청약자들은 "어차피 살 집인데 전매제한이 걸렸다고 달라질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25일 서울 은평구 수색동 '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 견본주택에서 만난 1년차 신혼부부인 이경수씨(31)는 "정부가 임대주택을 늘려주겠다고 하지만 전·월세살이가 서러운 건 마찬가지"라며 "청약으로 내집을 꼭 마련하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두 시간째 '내집 마련신청' 창구에 줄을 서고 있다는 박애란씨(40세·은평구 거주)는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계속 오를 것 같아 7월 대출규제 전에 아파트를 분양받고 싶다"고 말했다. 박씨는 "실거주 목적이지만 몇년 살다가 다른 곳보다 시세가 더 오르면 팔고 이사할 생각도 있다"며 "집 구매는 이런 투자목적도 당연한 건데 이것도 투기냐"고 되물었다. 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 분양 관계자는 23일부터 25일까지 내집 마련 신청에 나선 사람만 1500여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견본주택 방문자는 2만 3000명으로 집계됐다.

내집 마련 신청이란, 정당계약(1·2순위 청약 당첨자들이 하는 계약)과 예비당첨(1·2순위 예비 청약 당첨자들이 하는 계약) 이후에도 남은 미계약 물량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이다. 청약통장 없이도 접수할 수 있기 때문에 당첨 가능성이 낮은 실수요자들이 대거 몰린다.
서판교 남쪽 식품연구원 자리에 들어서는 판교 더샵 퍼스트파크 견본주택에는 주말 사흘간 5만 7000명이 다녀갔다. 성남시민만 1순위이고 타지역 거주자는 후순위인데도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설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곳은 전매제한이 1년 6개월이어서 다른 3곳에 비해 투기수요가 개입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분양사측 조사로는 실거주 목적의 예비청약자가 전체의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왔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서울에 인접한데다 단지 4면이 숲에 둘러싸인 '숲세권 아파트'라는 장점 때문에 복잡한 강남을 떠나 이사를 오고 싶다는 상담이 상당히 많았다"고 설명했다.
24일 찾아간 고양향동 중흥S-클래스 견본주택에는 개관 1시간전부터 예비청약자들의 줄이 늘어서 있었다. 인천에서 온 조 모씨(55)는 "아들 부부 집을 알아보기 위해 줄 서서 기다렸다"고 말했다. 11·3대책 전에 분양한 고양향동 호반, 계룡 단지들은 1년 전매제한이지만, 이달 분양한 중흥S-클래스는 소유권이전등기시까지 전매가 제한된다. 하지만 주말사흘간 2만 5000명이 다녀갔다. 신명철 고양향동 중흥S-클래스 소장은 "1순위 자격이 안되는 방문객들은 입장 즉시 내집마련 신청 창구로 달려간다"며 "사흘간 5000명이상이 대기자에 명단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모씨(56)는 "자식들이 모두 출가해 이제 부부만 살기 위한 작은 평수를 보러왔다"며 "당첨이 안될 것을 대비해 내집마련 신청부터 했다"고 말했다.
40대 초반의 정모씨는 "대출규제는 투기세력을 줄여 실수요자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집값 잡겠다고 억지로 금리를 올리면 서민들의 내집마련은 더 요원해진다"며 "정부 대책이 시장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아래 이뤄지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2만 5000명이 아파트·오피스텔 견본주택을 다녀간 강동구 고덕동 '고덕 센트럴 푸르지오'(고덕주공3단지 재건축)에서 25일 만난 무주택자 김수명씨(33)는 "미혼이기 때문에 일단 오피스텔을 분양받아 무주택자 자격이 유지하며 살다가 가족이 늘어나면 아파트분양을 노려볼 계획"이라며 "오피스텔 매입자라고 모두 투기세력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한나 기자 / 박인혜 기자 / 김인오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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