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마존발 미국 유통업계의 공포, 시어즈백화점 20곳 더 폐쇄
입력 2017-06-25 15:38 

미국의 대표적인 백화점 체인인 시어스(Sears)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유통파괴' 충격이 미국 유통업계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올해 폐점하는 오프라인 유통 채널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와 USA투데이에 따르면 시어스는 미국 내 매장 20곳을 추가 폐점하기로 했다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폐점 계획까지 포함하면 시어스는 올해만 260여개 점포(K마트 포함)를 문닫게 된다. 이로 인해 5년 전 2073개에 달했던 시어스 매장은 1180개 수준으로 쪼그라들게 됐다. 가히 미국 오프라인 백화점 업계의 몰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매업 애널리스트 출신의 브라이언 소찌는 "시어스의 비즈니스 모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비용 절감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신용평가업체 무디스를 포함한 상당수 전문가들은 시어스가 파산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경고음을 날렸다. 시어스뿐 아니라 300여개의 미국 소매업체들이 올해 파산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미 캐나다 백화점 체인인 시어스캐나다는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데 이어 점포 59곳을 문닫고 직원 2900명을 감축하는 내용의 초강력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시어스의 쇠락은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쇼핑몰의 득세와 '동전의 앞뒷면'이다. 시어스는 2010년 이후 제대로 이익을 내지 못했고 지난해에는 무려 22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 회사 최고경영진은 지난 3월 "자체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미국의 또 다른 대형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Macy's)도 이달 6일 발표한 매출총이익 전망이 2월 예상치보다 낮아지면서 주가 급락의 쓴맛을 봤다. 메이시스는 올 1분기에 63개 매장을 폐점하고 1만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15년 역사의 미국의 백화점 체인 JC페니도 138개 매장의 문을 닫고 온라인 플랫폼을 강화하는 방안을 지난 3월 공개했다. 스위스계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는 미국 전역의 쇼핑몰 중 최대 25%가 향후 5년 내 폐업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마존이 유통업계의 판을 뒤흔들고 있는 사례는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지난 20일 아마존은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3∼15개의 의류를 한꺼번에 주문한 뒤 집에서 입어보고 적합한 옷을 고르도록 하는 '프라임 워드로브'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고객이 주문한 옷을 보내면서 '반송 라벨'이 붙은 상자를 함께 보내 물품 반납의 편의성을 높인 제도다. 이는 온라인 쇼핑의 단점을 보완해줄뿐 아니라 의류·패션업계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몰고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조엘 바인스 앨릭스파트너스 공동대표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아마존의 새로운 시도는 고객들에게 사실상의 '피팅룸'(fitting room)을 제공한 것"이라며 "오프라인 업체의 차별화 포인트를 무력화시켰다"고 진단했다. 아마존은 이미 월마트에 이어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이 의류를 판매하는 업체로 성장했다. 아마존은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최근 세계 최대 스포츠의류 업체인 나이키를 자사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시키는데 성공했다.
오프라인 소매업체의 매출이 자꾸 줄어들고 스포츠어소리티 같은 스포츠 전문매장이 사라지면서 나이키가 아마존이라는 매력적인 온라인 플랫폼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나이키의 아마존 입점은 신발 소매상의 붕괴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감을 증폭시켰고 이 소식이 전해진 날 풋로커와 피니시라인의 주가는 각각 6.5%와 3.7%씩 급락했다.
아마존이 미 유통업계에 던진 가장 큰 충격은 미국 최대 유기농 식료품 체인인 홀푸드마켓을 인수한 일이다.
아마존이 홀푸드를 137억달러에 집어삼키자 미 식료품업체는 일대 패닉에 빠졌다. 아마존과 홀푸드의 시너지 효과가 본격화하면 식료품시장의 점유율 확대는 시간문제라는 업계 공포감이 확산되면서 월마트, 타깃, 크로거, 코스트코 등의 주가가 일제히 추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가 여러 시사점을 내포하고 있지만 특히 눈여겨봐야할 기회는 '데이터'라고 분석했다. 아마존은 최근 수년간 '고객들은 어떻게 소비를 하는가'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는데 더욱 골몰했다. 아마존은 오프라인 구매 패턴에 대한 정보가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제임스 톰슨 바이박스엑스퍼츠 파트너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아마존과 홀푸드를 통해 취합된 소비 성향 데이터는 아마존에게 더 큰 사업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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