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년여 만에 그룹 '모태기업'인 금호고속을 되찾았다.
23일 금호그룹에 따르면 그룹 지주사 금호홀딩스는 이날 칸서스 사모펀드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100%를 콜옵션을 행사해 4375억원에 인수했다.
금호그룹은 금호홀딩스 자체 자금 2525억원에 인수금융 1850억원을 조달해 인수 자금을 맞췄다.
이날 금호그룹 중간 지주사격인 금호산업도 핵심 계열사 아시아나항공 주식 100%를 담보로 800억원 규모 자금줄을 끌어와 하반기 운영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고속 인수가 마무리됐고 금호산업도 유동성을 확보했다"며 "이제 박삼구 회장이 그룹 최대 현안인 금호타이어 상표권 문제에 집중할 공산이 커졌다"고 전했다.
금호고속은 지난해 매출 3754억원, 당기순이익 467억원을 기록한 국내 고속버스 업계 1위 회사다. 금호그룹은 지난 2012년 구조조정차원에서 IBK투자증권 컨소시엄에 금호고속을 매각한 후 2015년 이를 되사왔다.
하지만 금호산업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15년 9월 금호고속 지분 100%를 다시 칸서스PEF에 매각하면서 2년 3개월 안에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받았고, 이날 콜옵션을 행사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금호고속을 품게 됐다.
금호 관계자는 "금호고속 인수 완료로 그룹 재건 기반을 확보했다"며 "금호홀딩스가 우량 기업인 금호고속을 인수하면서 지주사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산업도 최근 아시아나항공 지분 11.6%(2380만주)를 담보로 KB국민은행·한국증권금융·유안타증권 등과 대출 계약을 체결하며 자금 숨통을 틔웠다. 금호산업은 지난해에는 중국건설은행, KB증권, 우리은행 등으로부터 아시아나 주식 21.9%를 담보로 차입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금호그룹은 이번 계약을 통해 금호산업이 쥐고 있는 아시아나 주식 전량(지분율 33.5%)를 담보로 잡게 됐다. 금호 측은 그 대신 800억원까지 돈을 꺼내쓸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을 끌어왔다. 금호그룹은 이 돈줄을 하반기 주택 사업 대여금 등 필요 자금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금호산업은 지난 2011년 금호고속을 물적분할해 떼어낸 후 건설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금호 관계자는 "올해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상승하며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차입 한도를 늘릴 수 있게 됐다"며 "하반기 건설업 변동에 대비해 운영 자금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호산업은 사실상 신용등급이 없는 상태다. 지난 2012년 무보증회사채 등급에서 투기등급(CCC)을 받은 기록이 있지만 그 이후 신용등급은 찾아볼 수 없다. 주력 자회사인 아시아나를 통한 담보 대출이 현실적인 자금줄로 활용되는 이유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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