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우울증·강박증, 환자맞춤 치료 가능성 열렸다
입력 2017-06-23 09:09 

우울증, 강박증, 불안증 치료에 쓰이는 에스시탈로프람(escitalopram)은 부작용은 적고 치료효과가 우수해 우울증 및 강박증 치료에 가장 흔하게 처방 되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다. 하지만 이 약제의 처방 방법에 관련해서는 현재까지도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약제 용량과 치료효과에 대한 것인데, '약제에 대해 치료반응이 없는 환자에게는 관습적인 용량보다 더 높은 용량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용량을 증량하더라도 더 이상의 치료효과는 없다'고 반대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강박증 치료에는 우울증 치료에 사용되는 용량보다 고용량을 사용하고 있어 용량-반응관계가 중요하다. 이러한 상반된 주장이 제기된 배경에는 에스시탈로프람에 대한 치료 반응이 개인별로 차이가 크기 때문인데, 환자 맞춤치료를 위해서는 에스시탈로프람이 뇌에 어떻게 분포되고 흡수되는지에 대한 연구와 이에 따른 최적 용량 및 용법 설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태 교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 연구팀은 에스시탈로프람의 용량과 뇌에서 세로토닌을 흡수하는 수용체 점유율 간의 특성을 규명함으로써 에스시탈로프람의 효율적인 치료 전략을 제시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12명의 건강자원자를 대상으로 에스시탈로프람을 복용하도록 한 후 에스시탈로프람의 혈중 농도와 에스시탈로프람에 의한 뇌 수용체 점유율을 양전자 단층촬영(DASB PET)으로 연속 측정했다. 복용 하루 전 및 복용 후 3시간, 24시간, 46시간이 되는 시점에 고해상도 영상을 측정해 혈중 농도와 수용체 점유율 간의 관계를 파악하고자 했다.

연구 결과 에스시탈로프람에 의한 혈중 농도와 수용체 점유율의 관계가 뇌 영역 별로 차이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는데, 뇌 뒤쪽에 있는 배측봉선핵(Dorsal raphe nucleus)에서 피각(Putamen)에 비해 세로토닌을 흡수하는 수용체의 밀도가 높아 에스시탈로프람이 더 높게 분포되는 사실을 확인했다.
따라서 환자마다 우울증 치료제의 치료 효과가 지연되는 현상이나 강박증 치료에서 고용량을 사용해야 하는 현상은 뇌 영역에 따라서 약물의 수용체 점유율에 차이가 있고, 이로 인해 약물 분포와 흡수가 뇌 영역별로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의태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약물의 뇌 분포도를 연구한 이번 결과는 우울증 및 강박증 치료제의 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응용하면 항우울효과나 항강박효과가 빠르고 안전하게 나타낼 수 있도록 다른 약제와의 병합 요법을 시도하는 가능성도 열어줬다"고 말했다. 김의태 교수는 이어 "약물을 복용하면 약물이 뇌에 고르게 분포될 것이라는 생각과는 반대로 뇌 영역에 따라 다르게 분포되고 있었다"며 "이를 통해 치료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약물 처방과 개인의 특성에 맞추어 치료하는 맞춤 치료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약동학 연구분야의 권위있는 학술지인 Clinical pharmacokinetics(임상약동학논문)에 게재됐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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