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6월 22일 뉴스초점-"주말에는 카톡 금지"
입력 2017-06-22 20:05  | 수정 2017-06-22 20:30
직장 상사가 직원들을 데리고 식당에 갔습니다. 상사는 자기가 쏠테니 마음껏 먹으라고 했죠. 직원들이 들떠서 메뉴판을 보는데, 상사가 말합니다.

'난 자장면'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이죠?

이렇게 상사가 자장면을 시키면 나머지 직원들도 마음이 있든 없든 비슷한 걸 주문할 수밖에 없습니다.

퇴근 후의 개인 삶을 보장한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장인은 일찍 퇴근을 해도 상사가 스마트폰으로 업무 지시를 내리면 일을 해야 합니다.

주말에 쉬라고 하지만 상사가 출근했다는데 아랫사람이 집에서 쉬기 어렵죠.

샐러리맨을 돕겠다는 취지의 자율 출퇴근제나 재택근무제는 오히려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직장인 10명 중 8명은 퇴근 후에나 주말에도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2시간 가까이 일을 한다고 하니까요.

그래서 어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이 중요했습니다.

'토요일은 직원들에게 업무 관련 전화나 카톡 등 연락을 금한다'

여기까진 예상했던 건데,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본인부터 출근하지 않겠다'는 그 말에 직장인들은 솔깃했습니다.


CJ그룹은 퇴근 후나 주말에 문자 메시지나 카카오톡으로 업무 지시를 못 하게 했고, 이미 4년 전부터 주부 사원들의 칼퇴근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넷마블 그룹 역시 야근과 주말 근무를 없애고 탄력근무제를 도입했으며, 퇴근 후 메신저 업무 지시 금지를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회사 전체가 이걸 지키지 않으면, 무엇보다 내 상사가 이걸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다면 직장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겁니다.

'국민의 기본권이자 근로자의 쉴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 그래서 그의 첫 연차 사용은 또 의미가 있었고요.

OECD 국가 중 일을 제일 많이 한다는 한국.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열심히 일한 뒤에 편히 쉴 수 있도록 하는 게 지금은 더 중요해 보입니다.

이번엔 기대 좀 해봐도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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