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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이 CPPIB 아·태 대표 "지배구조 개선 한국기업 매력 커…투자 확 늘리겠다"
입력 2017-06-22 17:34  | 수정 2017-06-22 22:16
◆ 레이더M / 75조 운용 김수이 캐나다연금투자위 아·태 대표 인터뷰 ◆
"최근 한국 내 기업 지배구조 개선 노력으로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 장기 지속 가능한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김수이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사진)는 지난 20일 매일경제와 단독으로 만나 이같이 말했다. CPPIB는 올해 3월 말(2017회계연도) 기준 운용자산 3167억달러(약 36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연금으로 지난 회계연도에 335억달러(약 38조원)의 이익을 올리며 연간 수익률 11.80%를 기록했다. 운용 능력 부문에서 세계적으로도 가장 탁월한 연기금으로 꼽힌다.
김 대표는 지난해 홍콩, 뭄바이, 시드니 등 아·태 지역 사무소를 총괄하는 아·태 대표로 승진했다. 김 대표가 총괄하는 아·태 지역 운용자산 규모는 전체 운용자산 중 21% 수준인 666억달러(약 75조원)로 이는 본국인 캐나다 지역 투자액 522억달러를 웃도는 규모다. 전체 지역 중 미국(1234억달러) 다음으로 투자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그는 삼일회계법인을 시작으로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칼라일그룹 등을 거쳐 2007년 CPPIB의 첫 해외 사무소인 홍콩사무소 개설 멤버로 참여해 CPPIB 아시아 사모투자(PE) 대표 등을 역임한 PEF업계 최고 전문가다.
CPPIB는 자산 규모가 늘어남에 따라 한국 내 투자도 늘릴 방침이다.
김 대표는 "CPPIB 운용자산은 2030년께 현재 2배 수준인 6000억달러(약 680조원)를 웃돌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한국 내 투자자산 비중을 꾸준히 늘려가기 위해 세심한 투자 실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CPPIB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갖춘 기업이 장기 성장성을 갖고 있다는 판단 아래 해당 덕목을 가장 중요한 투자 고려 요소로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47억달러(약 5조3000억원) 수준인 한국 투자 규모가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장기 투자가 필수인 연기금 관점에서는 기업의 분기(쿼터) 이익 같은 단기 추이는 중요하지 않다"며 "연기금이 생각하는 분기는 1분기가 아니라 1세기의 4분의 1인 25년"이라고 말했다.
CPPIB는 이 같은 투자철학을 바탕으로 2013년 세계적 투자 컨설팅회사 맥킨지와 함께 이른바 '장기 관점에서 자본에 집중하라(Focusing Capital in the Long Term)'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이는 기업의 단기 배당, 단기 업적주의를 부추기는 행동주의 펀드와는 정반대 행보다. CPPIB의 지난해 수익률 11.8%는 한국 국민연금 4.7% 대비 두 배 넘는 수준이다. 이 같은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비결은 법률로 보장된 기금 운용의 독립성이다.
김 대표는 "CPPIB 목표는 캐나다 법률에서 단 하나로 명시돼 있다. 바로 '리스크 대비 수익 극대화'"라고 말했다. 연기금이 정치·사회적 논란과 무관하게 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법률로 드러난 셈이다.

그는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시장 수익률을 추구하는 패시브 투자보다는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액티브 투자를 하기 위해 운용 인력에 대한 지속적인 훈련과 내부 토론을 거듭한다"며 "시장을 이길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한 내부 합의가 이뤄지면 액티브 투자를 늘리기 위해 운용 인력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CPPIB의 전체 임직원은 현재 1392명으로 운용 전문 인력은 이 중 40%인 550여 명이다. 이는 한국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체 인력인 약 310명을 웃도는 숫자다. 캐나다 연금이 처음부터 이처럼 뛰어난 독립성과 기금 운용 능력을 보인 것은 아니다. 캐나다 연금은 1966년 도입 이후 1993년 연금 지급액이 징수액을 웃돌며 고갈 위기에 처했다. 결국 1998년 연금 개혁을 통해 소득 대비 징수율을 기존 5.85%에서 9%로 크게 올리고, 연금 운용을 위한 독립 조직인 CPPIB를 새로 창설하기로 결정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김 대표는 "캐나다 연금 내부에서는 1970년대 피임약 개발 등으로 저출산 현상이 나타나며 연기금이 조기에 고갈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20년간 개혁을 이루지 못했다"며 "폴 마틴 전 캐나다 총리가 재무장관 재직 시절 보여준 강력한 리더십이 연금 개혁의 강한 원동력이었다는 시각이 현지에서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유망 투자 대상으로는 중국·인도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의 인프라스트럭처를 꼽았다. 그는 "신흥국 투자 비중을 기존 10%에서 15%로 늘리는 것이 목표"라며 "향후 인프라 관련 자산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릴 복안"이라고 설명했다. CPPIB의 인프라 투자는 2010회계연도 58억달러에서 2017회계연도 243억달러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 밖에 CPPIB는 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 앵커에쿼티파트너스, KKR, CVC, 베인캐피털, 베어링 등을 통해 한국 PE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삼성SDS타워, 디큐브현대백화점 등을 투자한 데 이어 다른 국내 부동산 투자도 점차 확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PEF 시장 규모가 영미권에서는 1.5~2.0% 수준인 데 비해 한국은 0.4% 수준에 불과하다"며 "향후 한국 PEF 시장 규모 확대를 염두에 두고 운용사를 선정하기 위해 면밀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매일경제와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가 공동으로 개최한 글로벌 대체투자 콘퍼런스(GAII 2015) 참석차 방한한 바 있다. 당시 GAII 행사장에선 그의 명함과 사인을 받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 She is…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졸업(1996년) △스탠퍼드대 MBA(2002년) △삼일PwC(1996년 1월~1997년 12월) △맥킨지 컨설턴트(1998년 1월~2000년 5월) △칼라일그룹 선임운용역(2002년 6월~2004년 2월) △CPPIB 아시아PE 대표(2007년 11월~2016년 6월) △CPPIB 아·태 대표(2016년 6월~현재)
[강두순 기자 /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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