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부가세, 가맹점 아닌 카드사가 대신 납부` 추진한다
입력 2017-06-22 16:48 

물건값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이하 부가세)를 신용카드 가맹점이 아닌 카드회사가 국세청에 대신 납부하는 제도가 추진된다. 유흥주점 등 부가세 탈루가 많은 업종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22일 새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국정기획위는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과 함께 '부가가치세 신용카드사 대리납부제'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탈루소득 과세 강화'를 내세운 데 따른 후속 조치 차원이다.
지금까지는 소비자(카드 사용자)가 카드 결제를 할 때 10% 부가세가 결제 대금에 포함되면 사업자(카드 가맹점)가 부가세를 모았다가 일정 기간 동안에 국세청에 자진신고·납부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사업자들이 탈세한 후 폐업해 세금을 떼먹는 과정을 반복하는 부작용이 발견돼 왔다. 조세재정연구원은 납세자들이 내야할 세금과 실제 낸 세금 차이가 해마다 10조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국정기획위는 카드회사가 사업자에 카드 결제 대금을 지급할 때 아예 10% 부가세 만큼을 떼고 준 후, 카드사가 모은 부가세를 국세청에 내도록 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카드회사들이 위험 부담을 지게되는 만큼 전 업종이 아닌 유흥주점, 부동산임대업 등 세금 탈루가 많은 업종을 선별해 시범적으로 제도를 시행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시행 성과를 본 후 단계적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부가세 신용카드사 대리납부제 도입을 통해 앞으로 더 걷을 수 있는 세금이 탈루 추정금액의 4분의 1인 2조 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가가치세 신용카드사 대리납부제는 먼저 도입된 '매입자납부특례 제도'와 취지와 운영시스템이 비슷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경우 도입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유럽연합(EU) 26개 가입국 가운데 절반 가량이 비슷한 제도를 운영할 정도로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돼 있는 제도다.
앞서 정부는 폐자원수집상(고물상)들이 가짜 대표, 이른바 '바지사장'들을 내세워 수십억원 어치 폐자원을 모았다가 판매한 후 고의적으로 폐업해 수억원의 부가세를 떼먹고 사라지는 사례가 빈번하자 지난 2008년부터 금 조각을 시작으로 각종 폐금속에 대해 매입자납부특례 제도를 도입했다. 금·동·구리·철 조각 등을 모으는 사람(매입자)이 부가세를 직접 은행에 별도 개설된 계좌를 통해 의무적으로 내도록 한 것. 도입 당시 폐자원수집상들의 엄청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성공적으로 안착됐다는 평가다.
다만 이번에는 부가세 납부와 결제 시스템 구축 부담을 떠안게되는 신용카드 회사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카드사 등 이해당사자와 소통하면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방안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도 도입 효과가 명백한 유흥주점 외에도 어떤 업종에 이 제도가 가장 먼저 적용될 지도 관심사다. 앞서 지난 2015년 국세청은 부가가치세 신용카드사 대리납부 제도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유흥주점 외에도 주유소를 적용 대상으로 거론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정부 내부적으로 합의에 도출하지 못해 제도 도입은 흐지부지됐었다.
[조시영 기자 /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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