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하림, 6000억원 애완동물 사료시장 잡는다…하림펫푸드 출범
입력 2017-06-22 16:41  | 수정 2017-06-29 17:08

"하림은 자연 스스로 가진 맛과 품질을 지키는 일에 집중합니다. 새롭게 도전하는 '펫 푸드'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죠"
22일 충남 공주시 정안면 하림펫푸드 생산공장에서 만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자연의 맛을 강조했다. 펫 푸드 공장인 '해피 댄스 스튜디오(HDS)' 입구에 놓인 유리관 속엔 우리가 밥상에서 흔히 보는 좋은 식재료들이 담겨 있었다. 두툼하게 썰린 연어·소고기·닭고기에 쌀·병아리콩·완두콩 등 각종 곡물 등이다. 뒷편 유리창 너머에서 이들이 하나로 섞여 '사료'로 재탄생하는 공정이 한창이다. 잘게 분쇄돼 하나로 섞인 식재료들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대형오븐 속에 들어간다. 사람이 먹어도 될 만한 품질의 음식들이 고스란히 펫푸드로 변신한다. 300℃ 뜨거운 열기로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펫푸드는 건조과정을 거쳐 '더 리얼'이라고 쓰인 포장지에 담긴다.
'한국판 카길(미국의 세계 최대 규모 농업기업)'을 꿈꾸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지난 2015년 해운기업 팬오션 인수에 이어 또 한 번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타겟은 현재 약 6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반려동물 사료 시장이다. 급격히 성장하는 반려동물 관련 산업에 진출해 그룹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고 새로운 캐시카우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하림그룹은 HDS를 완공하고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하림펫푸드'를 출범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인삿말을 통해 "일반 가공식품 시장은 물론 펫푸드 시장에서도 세계적 기업들과의 경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자연이 주는 감동을 고객에게 전하기 위해 모든 식품에서 인공적인 요소들을 최소화하고 자연의 신선함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본격 가동에 들어간 HDS는 부지 면적 2만8595㎡, 건물면적 1만5905㎡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 펫푸드 단일 공장이다. 시설 내부에 전시관, 영상관, 도기(doggy) 케어실, 카페 등을 갖춘 사실상의 반려동물 종합 체험공간이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펫푸드 시장에서 김 회장이 내세운 강점은 자연주의 하림의 철학을 담은 이른바 '100% 휴먼그레이드' 제품이라는 점이다. 사람이 먹는 식재료를 그대로 사용해 실제 사람이 먹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는 제품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모든 제조 절차와 관리는 일반 식품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유지하며 생산 공정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키블 로드'라는 견학 코스도 마련했다.

특히 과도하게 가공한 육분이 아니라 생고기를 최대 50%까지 사용해 더 나은 품질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는 게 하림펫푸드 측의 설명이다. 글루텐, GMO 식재료, 합성보존료도 사용하지 않는다. 올해 매출 목표는 약 200억원이며, 3개월 이내에 온라인·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 이태원·성수동·신사동 등에 플래그십 매장을 열어 셰프가 요리하는 펫푸드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하림그룹은 하림펫푸드를 통해 현재 국내 반려동물 사료 시장의 70%가량을 점유한 수입산 펫푸드에 대항하겠다고 강조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수입 과정, 합성 보존제 사용 등으로 신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수입산과 품질로 경쟁해 승리할 수 있다는 게 하림 측의 판단이다. 현장에서 직접 제품을 먹는 모습까지 보여준 양재현 하림펫푸드 사장은 "수입산이 따라올 수 없는 품질로 국산 제품의 우수성을 보여주겠다"며 "국내 시장을 지키는 것은 물론 외국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국내 반려동물 산업은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여가시간의 확대 등에 힘입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12년 9000억원 규모였던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3000억원까지 성장한 것으로 추산되며, 2020년에는 5조8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려동물 사료 시장은 이중 약 30% 안팎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그동안 논란이 됐던 편법 승계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하림그룹은 2012년 비상장 계열사 올품을 이용해 김 회장의 장남 김준영씨에게 그룹 지배권을 편법으로 넘겨줬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2012년 아들에게 올품 주식을 증여한 것은 가정 형편상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증여 당시에는 하림의 자산규모가 중소기업 수준이었고, 2015년 팬오션을 인수하며 덩치가 커져 현재 10조원이 됐기 때문에 편법 증여라는 오해를 사게 됐다"고 해명했다.
김 회장 아들 준영 씨는 2012년 올품을 물려받으며 증여세로 100억원을 냈고, 이 돈을 올품을 유상감자하며 받은 현금 100억원으로 납부해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서도 김 회장은 준영씨가 증여세 100억원을 자기가 증여받은 자본 200억 가운데서 낸 셈이라고 설명했다.
[백상경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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