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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첫선, 홍상수 현실과 너무 다른 영화 속 `상상`
입력 2017-06-22 16:35  | 수정 2017-06-22 16:36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던 홍상수 감독의 신작 '그 후'에 어떤 이야기가 담길지 관심이 쏠렸다. 출판사 사장(권해효)과 여직원(김새벽)의 불륜으로 인한 아내(조윤희)와의 갈등을 보여주는 영화라는 설명은 남녀 주인공이 홍상수와 김민희로 자연스럽게 치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홍 감독의 현실과 비슷한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오히려 다른 방법이고 나름의 방향을 제시한다.
'그 후'는 방에서 나와 식탁에 앉은 남편을 추궁하는 아내, 투샷으로 시작한다. 아내는 "여자 생겼지?" "좋아하는 여자 생겼지?"라고 계속 따지고, 남편은 허탈하게 웃으며 대충 넘어가려 한다.
현재 남편은 출판사 여직원과 이별한 상태. 남편은 자신을 떠나간 여직원 때문에 괴롭다. 걷고 뛰고 울기도 하는 등 반복되는 남편의 일상이 이어지다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한다. 그러면서 사랑했던 여직원 창숙과 단 하루 일했던 여자 아름(김민희)이 등장하며 이야기가 넓어진다.

'그 후'는 간단하고 단순한 이야기다. 불륜에 맞닥뜨린 부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퍼진다. 문제의 해결 방법보다는 이들 부부(정확하게는 남편)에게 직면한 일에 초점을 맞추고 신경을 쓴다. 해결 방법과 결말은 단순하다. 어쩌면 보편적인 상식의 (홍상수 본인과는 다른) 당연한 귀결일 수 있다.
권해효라는 배우를 특기해야 한다. 그가 영화적 묘미를 살린다. 홍 감독은 남자주인공을 그리는 방식이 매번 찌질하다. 상까지 받는 문학평론가에다가 출판사 사장인데 자기 주관이 없어 보이는 남자. "더럽게 비겁하다"는 창숙의 말에 발끈하면서 이내 수긍하고, '실체론'에 대해 아름과 논쟁을 벌이다가 또 꼬리를 내려 버린다. 이성 앞에서는 자존심 정도는 내려놓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부류로 읽힌다.
김새벽 역시 홍 감독의 새로운 뮤즈로 자리매김했다. 권해효와 호흡을 제대로 맞췄다. 아름에게 "아름답다"고 하면서도 자기 할 말은 하며 절대 지지 않는다. 또 사장더러 아내에게 거짓말하도록 종용하는 캐릭터다.
홍 감독의 연인 김민희는 사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아니다. 교수 추천으로 출판사에 출근을 했다가 불륜의 당사자로 오해받는 피해자로 묘사된다. 그 방식이 현실과 오버랩돼 아이러니하게 다가올 수 있다. 영화 속에서는 불륜녀로 오해받는 설정이지만 홍감독-김민희의 현실 이야기로 가져오면, 김민희가 쏟아내는 대사가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이 꽤 많다.
홍 감독은 시간 순서를 친절하게 표시하는 법이 없는데 이번에도 그렇다. 관객은 헷갈리게 마련이다. 세련된 연출법도 아니기에 알아서 생각하고 상상한다. 다만 이번에는 조금 더 수월하게 맞아떨어지는 지점들이 있기에 이해하기 쉽고 웃음을 주는 지점이 꽤 있다. 특히 재회한 출판사 사장과 아름의 신은 반복되는 대화들이 관객을 얼떨떨하게 하다가 왜 그런지 이유가 드러나면서 웃음을 선사한다.
홍 감독이 지금 처한 현실과는 너무 다른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영화는 영화로 봐야 한다는데 김민희가 한동안 다른 캐릭터로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은 이가 많을 것 같다. 김민희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조금은 더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 후'는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91분. 청소년 관람불가. 7월6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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