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레이더M] 회사채 대신 BW 발행하는 기업 급증
입력 2017-06-22 09:27 

[본 기사는 06월 20일(09:06)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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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미매각 리스크를 줄이고 손쉽게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최근 중위험 중수익 상품인 메자닌펀드가 급성장하면서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CB) 등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이에 BW 공모 청약 경쟁률이 30대 1까지 치솟았다. 안정적인 이자수익과 함께 자본소득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투자매력이 부각되면서 올 하반기에는 BW 발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6일 생명과학 전문기업 오리엔트바이오(신용등급 B-)는 차입금 상환대금과 신약개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3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했다. 당시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 청약에서 모집금액의 30배가 넘는 9345억원에 달하는 청약증거금이 집계됐다. 오리엔트바이오가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등급에도 불구하고 공모청약에서 흥행한 데는 연 3.0%의 안정적인 이자수익과 추가 자본수익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리엔트바이오의 BW에는 발행일로부터 1년이 지나면 6개월마다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조기상환청구권(Put Option)이 부여됐고 조기상환 수익률은 연 3.0%로 결정됐다. 여기에 오리엔트바이오의 기명식 보통주를 주당 1205원에 인수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까지 부여됐다. 오는 25일부터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지난 19일 오리엔트바이오의 종가(1375원)를 고려하면 BW 투자자들은 주당 170원의 자본수익을 챙길 수 있다.

최근 메자닌펀드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한 점 또한 BW 흥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메자닌 펀드는 BW나 CB와 같은 메자닌 증권에 투자해 처음에는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얻다가 나중에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해 추가 수익을 올리는 상품이다. 지난해 말 메자닌펀드의 설정액은 1조1167억원으로 지난 2015년(7292억원)과 비교해 84% 가까이 늘어나는 등 빠르게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말에는 디스플레이 전문업체 오성엘에스티(신용등급 B)가 시설자금과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24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에 나서 1533억원을 끌어 모으며 공모 청약 흥행에 성공했다. 중견기업들 뿐만 아니라 일부 대기업 또한 BW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올 들어 재무구조에 나선 두산그룹의 경우에는 주요 계열사인 두산건설과 두산중공업이 각각 1500억원, 50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했고 두산인프라코어 또한 올 하반기 5000억원 규모의 BW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에게는 이러한 BW 흥행 소식에 반가울 수밖에 없다. 회사채 공모 발행에 나서 '미매각' 수모를 겪는 위험을 피하고 손쉽게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회사채시장의 양극화 현상에 있다. 최근 A급 회사채 가운데 일부가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했지만 BBB급 이하 비우량채에 대한 투자심리는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회사채 대신 BW를 새로운 자금조달 창구로 삼고 발행에 나서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에는 에이프로젠제약이 CB 상환대금과 계열사 출자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음달 4일 5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하겠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에이프로젠제약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441억원, 영업손실 2억원을 기록한 중견 제약업체로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로부터 신용등급 B-를 부여받았다. 주요 재무지표와 신용등급을 감안하면 사실상 회사채 공모 발행이 불가능하지만 이번에 발행되는 BW의 흥행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고 있다.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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