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자수첩] `가계통신비 개념` 정립은 언제할텐가
입력 2017-06-21 17:28 

폰을 제조사가 파는데 가계통신비 인하는 '이통사 몫'?
가계통신비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하에 대한 논의만 한창이다. 현재 국민 대부분은 통신 서비스 비용과 단말값을 합쳐 가계통신비로 인식하고 있다. 통신 서비스는 이동통신사가 제공하고, 단말은 제조사가 판매하는데 가계통신비 인하와 관련해 뭇매를 맞는 것은 이통사다.
현재 가계통신비 인하도 이통사에만 부담을 주는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통신 서비스 관련 기본료 폐지를 추진했지만 이통사 반발에 부닥치자 요금할인율은 현행 20%에서 25%로 상향 조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요금할인은 통신 서비스에 해당하는 '월정액요금'을 할인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공시지원금과 요금할인 중 1개를 택할 수 있다. 요금할인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도입되면서 시행된 제도인데 가입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단말값을 지원하는 공시지원금은 제조사와 이통사가 분담하는데, 요금할인은 이통사가 전적으로 부담한다. 단말값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왜 이통사가 모두 부담해야 하는지 아리송하다.
사실상 이를 통해 정부가 단말값과 통신서비스 비용을 묶어 '가계통신비'로 판단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가정대로라면 가계통신비 평균을 산출할 때 심각한 오류가 생긴다. 고가의 단말을 사용하면서 가계통신비 부담이 크다고 주장하는 게 과연 논리적으로 맞는지 묻고 싶다. 단말은 강요가 아닌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선택하게 돼 있다. 스마트폰 사양이 상향 평준화됐기에 메신저, 인터넷 검색 등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단말은 없다. '고가 단말을 사야만 했다'는 주장은 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요금할인으로 인해 가장 덕을 보는 시장 참여자는 해외 제조사들이다. 특히 애플은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한 마케팅비 집행을 극도로 꺼리는 업체다. TV 광고 비용 일부까지 이통사에 전가해 공정위가 조사 중인 상태다. 애플이 부담하는 공시지원금과 판매장려금도 국내 제조사보다 상대적으로 낮아 가입자들의 요금할인 선택 비중이 높다. 요금할인 비중이 올라가면 애플은 지금보다 더 마케팅비 부담을 덜 수 있다.
이통사는 그동안 단말을 유통하면서 할부 수수료 명목으로 짭짤한 수익을 거둬왔다. 요금할인은 예상치 못한 복병이다. 또 복잡한 유통구조가 괴이한 규제를 낳게 된 형국이다. 현재 통계청은 통신 요금인 '통신 서비스'와 단말값인 '통신장비'를 나눠 집계하고 있다. 두 항목을 묶어서 볼 것인지, 따로 볼 것인지 요금인하를 추진하기에 앞서 가계통신비의 개념부터 제대로 잡았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디지털뉴스국 박진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