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도시바인수전 분석] 승기 잡은 한미일 연합군 `고용유지·기술보호` 높은 평가
입력 2017-06-21 16:39 

도시바 반도체사업부문(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서 한·미·일 연합이 승기를 쥐게 된 것은 고용 유지와 기술 보호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덕분이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가 주도하고 있어 과정 전반을 통제하기 쉽다는 것이다. 도시바는 오는 28일 주총에서 계약 체결을 공식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낸드플래시 전량을 생산하는 욧카이치 공장을 공동 운영 중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측이 법정 소송을 이어가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는게 변수라고 21일 일본 언론들은 평가했다.
지난달 이뤄진 2차 입찰까지만 하더라도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탈로 꾸려진 컨소시엄은 존재감이 없었다. 금액 면에서는 3조엔을 써낸 홍하이(팍스콘)에 밀렸고 일본 정부의 의중은 일본 정부 산하기관과 일본 기업들이 참여한 KKR컨소시엄에 쏠려있었다.

그러나 KKR이 욕심을 부리면서 SK와 베인에 기회가 왔다. KKR이 컨소시엄 파트너인 일본 정부가 만든 펀드인 산업혁신기구와 협상에서 수익성 등을 강조하면서 양쪽 관계가 빗나가기 시작했다.
도시바 회생을 위한 매각도 중요하지만 도시바메모리의 고용 유지와 기술보호 등을 포기할 수 없는 일본 정부가 KKR을 대안으로 SK·베인진영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막판까지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혼전이 계속되다 결국 20일께 일본 경제산업성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한·미·일 연합이 승기를 쥐게 됐다. 여기엔 홍하이에 대한 우려도 한몫했다. 홍하이가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일본 내에서는 기술 유출에 대한 반발이 커졌고 '상생'을 강조해온 SK·베인 컨소시엄이 더 많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한미'연합에서 일본의 참여로 '한미일'로 외연이 확장되면서 2차 입찰 당시(1조엔에 50% 지분)보다 인수금액도 크게 늘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한미일 진영은 최종적으로 도시바메모리 지분 100% 인수에 2조1000억엔 (약 21조 6000억원)을 써냈다. 이중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탈은 각 3000억엔(약 3조 851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융자의 형태로 투자한다. 반도체사업을 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지분을 인수하게 될 경우 반독점 관련 심사 등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또 SK하이닉스가 경영권을 갖는 것에 대한 일본내 부정적 여론 등도 지분투자가 아닌 융자 형태를 띈 이유다. KKR이 막판 참여를 철회하면서 한국과 미국 자본은 두 회사의 6000억엔이 전부다. 전체 인수금액의 28%다.
정확한 주주구성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SK하이닉스가 융자로 참여한 탓에 사실상 대부분 지분을 일본 측이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인수가 마무리 되더라도 경영권은 일본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게 일반적 관측이다. 업계에선 SK와 베인에서 이사진 중 1명을 지정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일 연합'이란 명칭을 쓰고 있지만 사실상 일본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측에서는 산업혁신기구와 정책투자은행이 각 3000억엔을 내놨으며 도시바와 거래하는 4개 기업이 1400억엔을 투자했다. 미쓰비시도쿄UFJ은행에서 4000억엔 대출도 받았다.
도시바는 주총을 거쳐 내년 3월 말까지 매각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도시바가 올 회계연도가 끝나는 내년 3월말까지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면 도쿄증시에서 퇴출되는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규제당국의 심사를 마무리하는데만도 6개월 가량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바 입장에선 아직 넘어야할 산이 남아있다. 가장 큰 난관은 웨스턴디지털과의 분쟁이다.
웨스턴디지털은 현재 욧카이치 공장의 지분 49.9%를 보유하고 있다. 각 공장별로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이 지분을 나눠서 보유하는 독특한 방식이다. 웨스턴디지털은 인수전 초기 부터 "도시바의 반도체 매각은 위법"이라며 국제재판소 등에 매각 중지를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르면 7월중 매각 중지 판결 등이 나올 수 있다. 웨스턴디지털측은 "매각 작업은 중단돼야 한다"며 "우협대상과는 욧카이치 공장 공동운영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까지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도시바는 향후 일정을 고려하면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지연시킬 수 없는 상황이고 웨스턴디지털은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웨스턴디지털은 인수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인수 후보기업들에게 매각 일정 관련 차질이 생길 수 있음을 압박해왔다.
다만 일각에선 도시바메모리 매각이 무산될 경우 도시바 회생 계획에 심대한 차질이 생기는 만큼 결국 어떤 형태로든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막판에 컨소시엄에 각각 2000억엔과 1000억엔을 출자키로 했던 KKR과 도시바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3000억엔을 추가 조달해야 하는 것도 남은 숙제다. 다만 추가 자금 조달은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필요한 3000억엔은 기존 참여사들이 투자액을 늘리거나 금융권 대출 확대 등으로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서울 = 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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