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엔씨, 리니지 출격 하루전 11% `와르르`
입력 2017-06-20 17:52 
엔씨소프트가 하루 만에 11% 급락하며 2011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출시를 앞둔 기대작 '리니지M'이 이용자 간 아이템 경매 기능을 제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실적 하락 우려가 투자를 급속히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 이후 엔씨소프트 실제 실적 여부에 따라 주가가 연동될 것으로 예상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엔씨소프트 주가는 전일 대비 4만6500원(11.41%) 하락한 36만1000원에 마감됐다. 외국인과 기관이 이날 하루에만 각각 1110억원과 781억원을 순매도한 탓에 엔씨소프트는 2012년 11월 8일(12.9%)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오전까지만 해도 보합세를 나타냈던 엔씨소프트 주가는 회사 측이 21일 출시하는 모바일 게임 리니지M에 거래소 기능을 제외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오후 3시를 전후로 급락하기 시작했다. 충성도가 높고 구매력이 있는 유저를 많이 보유한 리니지는 유저들 간 고액 아이템 거래로 유명한데, 아이템 거래 기능이 없다면 이런 유저들을 끌어들일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번진 셈이다.
엔씨소프트가 이같이 결정한 것은 리니지M을 안드로이드와 iOS 양쪽 운영체제에 동시에 출시(12세 이용가)하기 위함이다. 아이템 거래 기능을 넣으면 리니지2레볼루션과 마찬가지로 '19세 이용가 판정'을 받게 되는데 이 경우 iOS에서는 출시할 수 없게 된다.

정호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는 앞으로 2주 안에 안드로이드 체제에 한해 거래소 기능을 마련할 것"이라며 "유저 간 거래가 제한됐을 뿐 게임 내 마련된 아이템을 유저가 구매하는 데는 지장이 없어 엔씨소프트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리니지M 출시를 앞두고 외국인들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스피가 박스권(1800~2100)을 본격적으로 넘어선 지난 4월 25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가장 큰 종목은 엔씨소프트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외국인들은 총 413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는데 이는 2위인 LG디스플레이(1938억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특히 지난달에만 3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하면서 1분기(순매수 2799억원)의 좋은 흐름이 급변했다.
단순히 2분기 실적 전망만으로는 최근 외국인들의 대량 매도세를 설명하기 어렵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2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7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줄어들 전망이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38.8% 급증한 4562억원이 예상된다. 전망이 크게 빗나가지 않는다면 사상 첫 연간 영업이익 4000억원 돌파는 물론 이익증가율도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신작 리니지M에 대한 불확실성이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미송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시장 기대가 높았던 대작 게임들의 출시 직후 개발·유통업체 주가가 단기적으로 크게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리니지M이 사전예약 규모나 쇼케이스 등에서 전반적인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음에도 외국인들은 확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는 2012년 6월 30일 '블레이드앤드소울'을 출시한 후 12거래일 동안 주가가 25.6% 급락한 바 있다. '애니팡' 시리즈로 유명한 모바일 게임업체 선데이토즈 역시 '애니팡3' 게임이 출시된 지난해 9월 27일 이후 2거래일간 주가가 8.6% 하락했다.
다만 신작이 시장 기대치를 만족시킬 만한 성적을 받으면 장기적으로 주가는 상승하는 모양새다. 모바일 게임업체 컴투스는 대표적인 효자게임 '서머너즈워' 출시일인 2014년 4월 17일 주가가 3만7000원에 불과했으나 3개월 후 9만원, 이듬해에는 15만원을 돌파했다.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인 넷마블게임즈(리니지2레볼루션 배급) 역시 코스피 상장 3거래일 동안 외국인이 8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하며 공모가 밑으로 떨어진 바 있다. 엔씨소프트의 경쟁작 리니지M이 출시되면 시장 점유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진 것.
그러나 리니지2레볼루션이 국내 매출 1위는 물론 국외에서도 흥행하면서 외국인들은 순매수세(이달 235억원)로 전환했다.
정 연구원은 "많은 투자자가 신작 출시일에 맞춰 추가적인 투자판단을 계획하고 있으며 앞으로 엔씨소프트 주가는 리니지M 출시와 함께 변곡점에 접어들 것"이라며 "출시 이후 매출 규모를 확인하며 적정 기업가치를 계산해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21일 출시되는 리니지M은 현재 사전예약자 500만명을 돌파했으며 첫 한 달 1일 매출액만 8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넷마블게임즈의 리니지2레볼루션 사전예약자는 370만명이었다.
[이용건 기자 /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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