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금속노조의 상생 논란] 재계 "받을 수도 없는 돈 갖고 생색만" 비판
입력 2017-06-20 17:44 

"금속노조의 주장은 실체가 없는 돈으로 통큰 양보를 하겠다는 봉이 김선달 식 주장이다."
재계는 20일 금속노조의 일자리연대기금 조성 제안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강력히 비판했다.
재계가 지적한 금속노조의 문제점 중 핵심은 재원이다. 금속노조는 5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현대차그룹과 계열사 노조가 절반씩 부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중 노조 측이 부담할 2500억원은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체불해온 임금을 지급하면 그 금액의 일부를 빼내 조달하겠다는 입장이다. 2013년 대법원은 확정적인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는데 현대차가 이를 어기고 있다는 것이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통상임금이 올라가게 되고 이에 따라 미사용 연월차 수당과 연장근로 수당도 통상임금 인상에 따라 함께 올라간다. 이 차액을 회사가 체불하고 있다는 것이 금속노조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노조 주장과는 달리 현대차의 상여금은 고정적으로 나오는 돈이 아니므로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회사가 노조에 체불하고 있는 임금은 없고 이를 근거로 한 일자리연대기금도 '어불성설','사상누각'이라는 것이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로템 등 현대차 그룹 계열사별 노사는 현재 이 사안을 놓고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법원의 판단은 사실상 회사측의 승리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은 각각 2015년 1월과 같은해 11월 현대차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노조 측이 일부 승소하긴 했지만 내용상으론 회사측이 이겼다.
서울중앙지법은 현대차 노조원 23명이 상여금과 휴가비 등 6개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전체 원고 중 옛 현대차서비스 소속 노조원 2명의 '일할상여금'(근무 일수를 계산해 지급하는 상여금)만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나머지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현대차가 1999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현대차서비스와 통합하기 전 현대차와 현대정공의 상여금 시행세칙에 '15일 미만 근무자에게 상여금 지급 제외' 규정이 있는 점을 들어 이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통상임금으로 보려면 '고정성'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일정한 일수 이상을 근무해야만 지급하는 상여금은 이런 고정적인 상여금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현대차서비스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 중 8.7%에 불과해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회사 측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10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송에서 패할 경우 그룹 계열사 전체적으로 지급해야 할 임금이 3조원까지 올라간다는 노조측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지난 2월 현대로템 노조가 제기한 소송에서도 1심 재판부는 사실상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원에 대한 제안이 비현실적인 근거는 또 있다. 설사 아직 소송이 진행중인 기아차와 현대제철 등 다른 계열사에서 노조 측이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돈을 갹출하려면 전 조합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자신의 주머니로 들어올 돈을 기금 마련에 선뜻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기아차 노조는 올해 임금요구안을 확정하는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일자리연대기금 마련에 관한 안건을 요구안에서 제외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경우 1심과 2심 판단이 동일하고 대법원에서도 같은 판단이 나올 것"이라며 "금속노조는 받을 수도 없는 돈과 기업의 돈을 가지고 생색내기용 '이미지 장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사가 절반씩 매년 200억원을 적립하자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매년 근로자 1인당 받는 성과급과 임금인상분이 1000만원을 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적립금 100억원은 전체 성과급과 임금인상분의 1~2%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한 마디로 노조는 생색만 내면서 일자리연대기금 조성을 지렛대 삼아 임금인상률을 높이기 위한 작전이라는 것이다.
금속노조가 '현대차그룹 대 현대차그룹 노조'로 공동 교섭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재계는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7월 중앙노동위원회는 이같은 금속노조의 주장에 대해 "노조법에 의한 노동쟁의라 볼 수 없으므로 조정대상이 아니다"고 행정지도를 내린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하나의 법인이 아닐 뿐 아니라 현대차 역시 전체 그룹사를 대표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노조는 단체교섭권이 없어 법적으로 이들과 협의를 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각 계열사 별로 근로조건과 지불능력 등 경영환경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공동교섭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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