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외국계 생보사 생산성 토종보험 압도
입력 2017-06-20 17:39  | 수정 2017-06-20 19:53
보험사 1인당 생산성 살펴보니
외국계 생명보험사의 1인당 생산성이 국내 대형 보험사를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38개 주요 보험사 순이익을 임직원 수(설계사 제외)로 나눈 1인당 생산성을 비교한 결과, AIA생명이 지난 1분기 임직원 1인당 1억4500만원을 벌어 가장 높은 생산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AIA생명은 임직원 556명이 총 804억원의 순이익을 거둬들였다.
AIA생명은 지난해 1분기에도 임직원 673명이 순이익 870억원을 벌어 1인당 1억2900만원의 생산성을 올려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AIA생명은 지난해 희망퇴직을 통해 임직원 수를 줄이면서 사업비를 절감해 1인당 생산성이 더욱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AIA생명 관계자는 "보험 계약 관리를 대부분 자동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등 관리비용을 줄인 게 생산성이 높아진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AIA생명 외에 메트라이프(1억2600만원), 동양생명(1억1400만원), 푸르덴셜생명(1억1000만원) 등 6개 외국계 보험사가 생보사 1인당 생산성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그나마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1인당 순이익 1억1800만원을 올려 3위를 기록했다. 다만 삼성전자 배당금 2900억원이 순이익에 포함된 수치다. 교보생명(4700만원)과 한화생명(4700만원) 등 소위 생보업계 '빅3' 회사의 생산성은 AIA생명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미래에셋생명(1100만원), 동부생명(1600만원), 신한생명(2400만원), 흥국생명(2500만원) 등은 1인당 생산성이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생산성에서 격차가 벌어지면서 국내 업체가 외국계 보험사에 비해 방만 경영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A생보사 관계자는 "외국계의 경우 영업 조직이 이익이 잘 나는 대도시나 서울 강남 지역 등에 집중된 반면 국내 대형사는 전국망을 갖춰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B생보사 관계자는 "외국사는 상품 구성 자체가 종신보험 등 이익이 많이 나는 상품 위주로 돼 있고 국내 대형사는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팔아 저금리 기조에서 '역마진'이 계속 발생한 점도 생산성이 벌어진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C생보사 관계자는 "외국사는 설계사뿐 아니라 방카슈랑스, 전화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한 판매가 활발하고 국내사 장점만 좇아가는 후발주자로서의 이익도 상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손해보험사 생산성은 생보사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올해 1분기 총 5903명의 임직원이 순이익 5030억원을 벌어들여 손보사 중 1인당 생산성(8500만원) 1위를 기록했다. 다만 사옥 매각 수익 2000억원을 제외하면 1인당 생산성은 5100만원 수준까지 떨어진다. 생보사 1위인 AIA생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업계 2~3위(순이익 기준)인 동부화재와 현대해상은 1인당 생산성이 각각 3500만원, 2800만원으로 생보사 하위권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D손보사 관계자는 "손보사가 취급하는 자동차보험은 전국에서 보상 조직망을 운영해야 하는 등 기본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자산 규모 면에서 생보사가 손보사에 비해 훨씬 크다 보니 투자 이익에서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 말 기준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 자산은 244조원인 데 비해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69조원 수준이다.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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