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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해진 LPGA…그녀들의 `버디 전쟁`
입력 2017-06-20 14:50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는 15명의 서로 다른 챔피언이 탄생했다. 압도적인 기량을 갖춘 절대 강자가 없고 실력이 고만고만한 선수들끼리 경쟁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워낙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아 '2승자'가 쉽게 나오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라운드 당 '평균 버디' 통계는 그 확실한 증거다.
지난 해 평균 버디 4개 이상을 잡은 선수는 4명이었다. 에리야 쭈타누깐(4.34개), 김세영(4.28개), 전인지(4.08개) 그리고 리디아 고(4.06개)가 치열한 '버디퀸 경쟁'을 벌여 결국 쭈타누깐이 승리했다. 2015년에는 5명이 평균 4개 이상 버디를 잡았고 2014년과 2013년에도 그 숫자는 4명이 전부였다. 2010년과 2011년에는 각 2명만이 평균 버디 4개를 넘었을 뿐이다.
하지만 올해 LPGA 여자 골퍼들은 무시무시한 '버디 사냥'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무려 19명이 평균 4개 이상 버디를 잡으면서 남자 못지 않은 화끈한 골프를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장타자 렉시 톰프슨(미국)이 평균 4.90개로 엄청난 버디 사냥 능력을 보여주고 있고 전인지(4.55개)와 박성현(4.53개)도 만만치 않은 '버디 사냥꾼'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국가별로 따지면 단연 한국여자골퍼가 9명으로 가장 많다. 전인지와 박성현에 이어 이미림(4.39개), 박인비(4.31개), 김효주(4.16개), 김세영(4.13개), 양희영(4.09개), 유소연(4.07개), 허미정(4.00개) 순으로 평균 버디 숫자가 많다. 교포선수로는 이민지(호주)가 4.00개로 평균 버디 4개 이상 잡은 선수 19명에 포함돼 있다.

평균 4개 이상 버디를 잡은 외국 선수 면면도 화려하다. 제시카 코르다(4.50개), 모리야 쭈타누깐(4.20개), 펑산산(4.14개), 수잔 페테르센(4.11개), 오스틴 언스트(4.02개), 크리스티 커(4.00개) 등이 '2017 버디퀸' 후보들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버디 사냥 능력 2, 3위에 올라 있는 전인지와 박성현이 올시즌 아직 우승이 없다는 사실이다. 상금 '톱10' 중 우승컵을 들지 못한 선수도 전인지와 박성현 둘 뿐이다. 전인지가 상금 4위, 박성현은 상금 10위에 올라 있다.
라운드 당 평균 버디 4개를 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 여자골프 무대에서 평균 4개 이상 버디를 잡은 주인공은 그동안 딱 1명 밖에 나오지 않았다. 작년 평균 4.67개의 버디를 잡은 박성현이 유일하다. 올해도 이정은만이 평균 4.11개를 잡아 이 기준치를 넘고 있다. 장타자 김민선(3.88개)과 3승을 거두며 대세로 떠오른 김지현(3.76개)도 평균 4개를 넘지 못하고 있다.
버디 사냥 능력은 성적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세계랭킹 1위 자리에서 물러난 리디아 고의 올 평균 버디 갯수는 3.83개다. 리디아 고는 작년 4.06개, 그리고 2015년에는 평균 4.20개의 버디를 잡았다. 버디 잡는 능력이 줄어 들면서 성적도 곤두박질 친 셈이다.
화끈한 버디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LPGA 무대는 이번 주 24일부터 사흘 동안 미국 아칸소주 로저스의 피너클 골프장(파71)에서 열리는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으로 이어진다. 이 대회에서도 '2승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16개 대회 연속 서로 다른 얼굴의 챔피언이 탄생한다. LPGA 사상 최초다.
이 대회에는 '64개 대회'에서 연속 컷통과 기록이 끊긴 뒤 한 주 푹 쉬고 신발끈을 다시 조여맨 유소연을 비롯해 박인비, 박성현, 김세영, 양희영, 이미림 등이 출전한다. 절치부심 세계 1위 탈환을 노리는 리디아 고도 시즌 첫 우승에 도전한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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