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오토 웜비어' 사건 총정리…여전히 사건 '미스터리'로 남겨진 이유는?
입력 2017-06-20 10:47  | 수정 2017-06-27 11:05
'오토 웜비어' 사건 총정리…여전히 사건 '미스터리'로 남겨진 이유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풀려난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물론 미국 시민들도 일제히 애도를 표하며 북한 당국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오토 웜비어는 북한으로 떠나기 전 건강에 이상이 없었다는 점에서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져 돌아온 것에 대해 북한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거셉니다.

이번 오토 웜비어의 북한 석방과 사망까지의 과정은 명확한 설명이 부족해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습니다.

오토 웜비어(22)는 지난해 1월 평양을 여행하다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체제전복 혐의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웜비어는 선고 이후 작년 3월 혼수상태가 됐지만, 북한은 1년 넘게 그의 상태를 숨겼다고 현지 매체가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후 웜비어는 지난 13일 밤 삭발을 하고 코에 호스를 꽂은 채 들거에 실려 미국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건강하던 20대 청년이 혼수상태에 빠져 나타났지만, 납득할 만한 설명은 부족했습니다.


북한 측은 오토 웜비어의 혼수상태에 대해 식중독에 걸려 수면제를 복용했다가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오토 웜비어가 입원한 신시내티 병원 측은 식중독 증거가 없다며 맞섰습니다.


가족은 오토 웜비어가 사망한 직후 성명에서 "우리 아들이 북한의 손아귀에서 받은 끔찍한 고문과 같은 학대는 우리가 오늘 경험한 슬픈 일 외에 어떠한 다른 결과도 낳을 수 없도록 했다"며 북한의 잔혹 행위를 주장했습니다.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는 지난 14일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짐승취급'을 당했다며 주장한 바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역시 미국 고위 관리를 인용해 웜비어가 북한에서 반복적인 구타를 당했다는 정보보고를 미 행정부가 입수했다고 보도하며 아버지의 주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1년 넘게 웜비어의 존재를 꽁꽁 숨기던 북한 측의 갑작스러운 석방 과정도 의문입니다.

북한은 미국과의 교섭 역할을 맡은 스웨덴 영상관 관계자들의 웜비어 면담 요청을 1년 넘게 거절했습니다.

웜비어가 입원해있는 미 오하이오 주(州) 신시내티 주립대병원 의료진은 북한의 가혹 행위를 뒷받침할만한 신체적 외상이나 골절의 흔적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뇌의 모든 부분에서 광범위한 뇌 조직 손상이 발견됐다"며 일반적으로 심폐기능이 정지하면서 뇌 조직이 죽을 때 나타난 증상으로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담당 의료진은 "우리는 웜비어의 신경 손상의 원인이나 정황에 대한 확실하고 입증 가능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뇌 손상을 초래한 원인에 대해서는 예단하지 않았다.

이번 '오토 웜비어' 사건을 현지 매체가 '미스터리' 라고 전한 이유는 북한의 신체적인 폭력에 있습니다.

북한은 오랜 반미 감정에도 불구하고 억류한 미국이들에 대한 신체적인 폭력은 삼가왔습니다.

북한에 억류됐던 이들 역시 정신적 학대 수위에 대해서는 저마다 다른 경험을 말했지만 신체적 고문을 경험다는 증언은 드물었습니다.

북한이 신체적인 폭력을 삼가는 이유는 인권 유린 국가라는 외부 비난에 민감한 데다 구금된 미국인을 대미 협상 카드로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로버트 R.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도 "북한이 심리 전술을 사용하기는 하나 미국인에 대해 신체적 폭력은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웜비어의 상황은 북한이 의도치 않은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토 웜비어와 북한 여행 기간 중 한방을 쓴 40대 영국 남성은 웜비어가 숙소에서 선전물을 훔쳤다는 북한 측 주장에 대해 부인했습니다.

웜비어의 체포 순간을 유일하게 지켜본 대니 그래튼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웜비어의 결백을 호소했습니다.

그는 북한 당국이 웜비어가 선전물을 훔친 날이라고 주장한 날이 여행 이틀째 날로, 이날 저녁 관광단이 다같이 광장 구경을 했으며 술을 더 하기 위해 호텔로 돌아왔다고 기억했습니다.

그러면서 여행기간 내내 웜비어가 단 한 차례도 선전물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으며 웜비어가 이런 일을 계획한 증거도 보지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튼은 돌이켜보니 출국 당일 이상한 낌새가 있었다고도 전했습니다.

호텔 측이 불명확한 이유로 모닝콜을 해주지 않아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둘이 관광단 중 가장 늦게 평양국제공항에 도착했다는 것입니다.

출입국심사관이 그들에게 여권을 건네준 뒤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두 북한 보안 담당자가 나타나 웜비어를 개인 사무실로 데려갔다고 그래튼은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래튼은 이 광경을 보고 일반적인 검사이거나 미국인인 웜비어를 일부러 애먹이려는 심산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는 농담조로 "'자, 이렇게 보는 게 마지막이겠네'라고 했는데 아이러니하게 됐다며 "그게 끝이다. 그게 마지막으로 오토를 본 순간이었으며 나는 오토가 끌려가는 모습을 본 최후의 인물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웜비어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듯 "저항하지 않았고 겁먹지도 않았다. 오히려 반쯤 웃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국 시민이 강제 억류 후 송환된 지 일주일도 안 돼 사망하면서 미국 내 대북 여론이 더욱 악화하고, 이에 따라 가뜩이나 안 좋은 북미 관계도 더욱 냉각될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생에서 부모가 자식을 잃는 것보다 더 비극적인 일은 없다"면서 "오토의 가족과 친구들, 그를 사랑했던 모든 이들에게 배려와 기도를 보낸다"고 조의를 표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토 웜비어 사망에 조전을 보내기로 오늘 오전 발표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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