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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현장]“너는 마지막까지 멋지구나”…故 윤소정, 빛나던 ‘연극계 별’ 잠들다
입력 2017-06-20 10:29  | 수정 2017-06-20 15:08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고(故) 윤소정이 생전 사랑했던 연극인들의 품에서 영원히 잠들었다. 고인을 보내는 마지막 자리에서 곳곳에서는 눈물과 한숨, 탄식 소리가 들려왔다.
고 윤소정의 영결식이 20일 오전 9시30분께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엄수됐다. 영결식이 시작되자 많은 연극인들을 고개를 숙인 채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배우 이대연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장례식에서는 고인의 연기 인생을 되짚고 생전 고인의 연기에 열정과 뜻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후배들은 고개를 숙였고, 동료들은 먼 산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연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셨던 선배님이 우리들의 품에서 이렇게 황량하게 떠나셨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솟구치는 감정을 애써 억눌렀다. 뺨에는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이어 고인의 생전 목소리가 담긴 음성 파일이 울려퍼졌다. 연극 ‘어머니에 오를 당시 고인이 남긴 이야기에 후배들은 눈물을 흘렸다. 곳곳에서 흐느낌과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이어진 추도사에서 후배 배우 길해연은 울어서 빨개진 눈으로 무대 위에 섰다. 그는 절대 울지 않겠다는 약속을 최대한 지켜보겠다”면서 생전 선배님은 멋지고 열정적이고 아름답고 무수한 수식어가 무색한 분이셨다”고 운을 뗐다.
이어 무엇보다 우리들 사이에서 선배님은 ‘쿨한 분이었다. 그 외에 그분을 더 잘 설명할 단어는 떠오르지 않는다”면서 매번 헤어짐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저만치 나가 손을 두 번 까딱하고는 홀연히 떠나시곤 했다. 긴 작별인사는 싫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가는 길 역시 그렇게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가 버리셨다”며 안타까워했다.이와 함께 정말 멋있는 인생을 사셨다. 우리의 어머니이자 친구이자 연인이셨다. 연극계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선생님을 다시 볼 수 없음에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추도사를 끝내며 그녀는 생전 고인이 지인들에게 전했던 시를 낭독했다.
손숙이 조사를 이었다. 고인의 절친한 동료인 손숙은 친구를 보내며. 떠나는 순간까지 멋있게 너답게 윤소정답구나. 시크하게 센치하게 당당하게 가는구나. 무대에서는 섹시하고 빛나는 배우, 오 선생과 아이들에겐 좋은 아내, 동료들에겐 든든한 동지였고, 후배들에겐 뜻깊은 선배였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에겐 너무나 소중한 친구였다고 했다.
이들의 추도사가 끝나자 헌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고인의 길을 아름다운 국화꽃으로 배웅하는 이들의 눈에는 여전히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이날 장례식에는 유족들을 비롯해 대배우 전무송과 윤석화 정동환, 조사 낭독을 맡은 배우 길해연 손숙, 최일화 등 생전 그녀를 사랑했던 많은 이들이 참석해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최근까지 활발하게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온 터라, 때때로 그녀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는 듯,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고 윤소정은 지난 16일 별세했다. 향년 73세. 고인은 최근 감기가 악화돼 폐렴 증세로 입원치료를 받아오던 중 갑작스럽게 패혈증이 발병해 세상을 떠났다. 현재 방영중인 SBS 사전제작드라마 ‘엽기적인 그녀에 출연하는 등 활발하게 연기 활동을 해오던 그녀이기에 후배들을 물론 대중도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했다.
1961년 연극배우로 데뷔한 고인은 1962년 TBS 1기 공채 탤런트에 합격해 무대와 브라운관을 오가며 활약을 펼쳤다. 1966년 극단 '자유극장'이 창단되던 해에 김혜자, 선우용녀, 故김무생, 최불암, 박정자 등과 함께 창단 멤버로 연극계에 입문, 극단의 창단 공연인 '따라지의 향연'에 출연했다. 연극배우로서 크게 주목을 받게 된 작품은 1973년 공연한 '초분'이다.
1975년 '태' 공연 이후 잠시 연극 무대에 오르지 않았던 윤소정은 김도훈 연출이 1979년 창단한 극단 '뿌리'의 창단멤버로 연극 활동을 재개했다. 꾸준히 연극 무대에 오르면서도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다양한 연기를 펼쳤다. 특히 1997년 출연한 영화 '올가미'에서는 혹독한 시어머니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2006년 연극 '강철'에 이어 윤소정은 2010년 연극 '에이미', '33개의 변주곡'에 출연했다. 두 작품으로 제3회 대한민국연극대상 여자연기상을 수상했으며 '에이미'는 2013년 명동예술극장에서 윤소정 주연으로 재공연 됐다.
유작이 된 사전제작 드라마, SBS 월화극 ‘엽기적인 그녀에서는 자혜대비 역을 맡았다. 고인이 떠난 뒤에도 당분간 '배우 윤소정'의 모습을 이 드라마에서 볼 수 있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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