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수수료 인하 압박에…카드사는 고객혜택 축소
입력 2017-06-19 17:28  | 수정 2017-06-19 21:45
8월 영세가맹점 수수료인하 확대
정부의 수수료 인하 압박에 카드사들이 고객 혜택을 대폭 축소하는 식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오는 8월부터 신용카드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중소가맹점 범위를 확대한다.
가맹점주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수수료율 인하 정책 시행을 앞두고 카드사들이 선제적으로 포인트 적립·캐시백 등 카드 이용자 혜택 줄이기에 나섰다. 카드사의 이 같은 행태는 고객에게 수수료율 인하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다음달 1일부터 포인트·마일리지·캐시백 적립 및 할인 보장 프로그램을 종료하기로 했다. 현대카드는 올해 초부터 카드론, 현금서비스, 대중교통, 하이패스, 통신요금 자동이체 등이 결제 내역에 포함될 때 당월 이용 금액이 50만원 미만이더라도 포인트·마일리지·캐시백 적립과 할인을 제공해왔다.
할인 혜택과 부가 서비스를 없애고 할인 및 포인트 적립 기준이 되는 전월 실적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쇼핑특화 카드인 '굿쇼핑카드'의 전월 실적에 따른 할인 금액을 줄였다. 전월 실적이 월 60만원 이상 90만원 미만이면 월 2만원, 90만원 이상 150만원 미만이면 월 3만원을 할인해줬지만 이제는 60만원 이상 1만원, 120만원 이상 3만원으로 실적 기준을 올렸다. 하나카드 '클럽SK카드'는 출시 당시 전월 실적 30만원 이상이면 1만원, 60만원 이상이면 1만5000원까지 통신비 할인 혜택을 줬지만 현재는 70만원 이상을 써야 겨우 1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삼성카드는 롯데시네마와 제휴해 제공하던 페이백서비스를 없애고 카드론 이용 시 자동입출금기 이용 수수료 면제 혜택도 전면 중단했다.
카드사들은 8월부터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가맹점이 늘어나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객 혜택 중단·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미 연이은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에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영세가맹점 적용 대상 확대는 지나친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무리한 수수료율 인하는 결국 고객 서비스 축소 등 소비자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카드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여신금융협회는 금융당국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 감소를 막고 영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업계 차원의 건의사항 마련에 나섰다.
건의사항에는 포인트 적립, 할인 혜택 등 카드 부가 서비스 의무유지 기간을 현재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예·적금 통장 인지세(100원)에 비해 높은 카드 인지세(1000원)를 인하해달라는 방안이 담겨 있다. 또 카드를 해지하려는 회원에게 카드 유지를 권유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카드업계의 수익성 악화 주장이 '엄살'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수수료율이 인하된 후에도 카드론과 신용카드 이용액 증가 등으로 카드사 수익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영세가맹점 수수료율 인하가 적용된 이후 카드사 당기순이익은 전년도에 비해 약 10.84%(2200억원) 감소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26조4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조8000억원(11.9%) 늘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카드사 수익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카드 사용량이 꾸준히 늘고 카드론 등 대출도 많아져 수익성에 큰 타격은 없었다"며 "부수업무 등 제한이 많이 풀린 만큼 카드사들이 고객 혜택을 줄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신규 시장 창출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8월부터 시행되는 신용카드 우대 수수료율 기준 개편안은 영세가맹점 기준을 현행 '연매출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중소가맹점은 '2억~3억원'에서 '3억~5억원'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새로 지정되는 영세가맹점 18만8000곳, 중소가맹점 26만7000곳이 추가로 수수료 인하 혜택을 보게 된다. 지난해 정부는 영세가맹점(연매출 2억원 이하) 수수료율을 1.5%에서 0.8%로, 중소가맹점(2억~3억원)은 2%에서 1.3%로, 일반 가맹점(3억원 초과)은 2.7%에서 2.5%로 각각 인하한 바 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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