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문재인정부서도 비정규직 뽑는 공공기관들 `이유 있네`
입력 2017-06-19 15:35 

"정규직 정원이 한정되어 있어서, 그 이상으로 정규직을 뽑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결원이 비정규직 분야에 생기면 해당 업무는 채워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을 뽑아야죠" (공기업 인사담당자 A씨)
문재인 정부가 지난달 출범 이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지만, 여전히 공공기관 일선 현장에서는 비정규직을 뽑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정규직 정원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는 탓에, 공공기관이 정규직을 채용하고 싶어도 아직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선, 정원을 늘리는 등 행정적 절차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각 공공기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장학재단 등 12개 공공기관이 계약직(비정규직) 채용공고를 냈다. 국방기술품질원(39명), 주택관리공단(12명), 한국장학재단(7개 직군 채용 공고 진행중, 채용 인원은 미정) 등이 대표적인 예이며, 채용인원은 약 60여명 규모다.
공공기관들이 새 정부 기조에 맞지 않게 비정규직을 여전히 뽑는 이유는 정규직 정원이 여전히 문 정부 출범 이전과 동일하게 규정에 따라 묶여 있기 때문이다.
가령 장애인고용공단의 경우 지난해 장애인 고용알선을 지원하는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을 정부로부터 이관받으면서, 해당 업무 종사자 80여명을 모두 비정규직 정원로 배분 받았다. 그런데 해당 업무를 맡은 80명 중 2명이 올해 퇴사하면서, 장애인고용공단은 공석인 2석을 모두 계약직(비정규직)으로 지난 5월에 뽑았다. 해당 공단 관계자는 "정원(TO)이 정해져 있는 탓에 계약직을 뽑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다만 올해 말 무기계약직 전환을 염두에 두고 뽑은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 8일 하우스매니저(공연장 안전관리)를 계약직으로 뽑는 채용공고를 내고 현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문예위에 따르면 기존 정규직 정원 146명에다 총 정원의 5%에 달하는 청년의무 고용률까지 맞춰 놓은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계약직으로 공고를 낼 수밖에 없었다. 이밖에도 창업진흥원도 정규직 정원이 꽉 차 있는 상황에서, 전산직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이 나가는 바람에 생긴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 최근 계약직을 채용했다. 이외에도 원자력환경공단은 육아휴직 대체근로자를 뽑기 위해 계약직 1명을 채용한다고 공고를 냈다. 한 공공기관 인사담당자는 "정원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예산도 문제"라면서 "정원만 늘린다고 다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예산도 병행해서 줘야 정규직 채용 등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정부위탁사업'도 비정규직을 뽑는 유인이 된다.
가령 국방기술품질원은 기간제(비정규직) 39명을 뽑는다고 지난 5월 채용공고를 냈다. 진흥원측에 따르면, 이번에 채용공고를 낸 '무기체계 수출시장 분석사업'의 경우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위탁받은 '5년 간 진행되는 사업'인데, 해당 업무는 5년 후 종료가 되어 '상시·지속적'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계약직을 뽑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현행법 상으로 봐도, 2년 이상 근무할 경우 기간제(계약직) 근로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어야 하지만, 이같은 위탁사업은 해당되지 않아 5년이 지나면 계약관계가 종료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위탁사업 중 정부 기관끼리 주고받는 사업에 대해서, 기존에는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을 할 필요가 없다고 봤는데 앞으로도 이같은 관점을 유지해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8월로 예고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제정을 두고, 어디까지 '비정규직'으로 볼 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기간제(직접고용)로 일부 인원을 뽑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예산과 배정이 되면 해당 인원은 상당수가 정규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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