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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감춘 국산 공포영화…이유는 무엇?
입력 2017-06-17 09:56 
사진=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


'여름시장의 단골' 국산 공포영화가 최근 몇년새 여름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관객들의 외면 속에 기획·제작 자체가 줄면서 씨가 마르다시피 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공포영화 시장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외국 공포영화 가운데는 100만∼200만 명을 동원하는 흥행작들이 해마다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17일 영화진흥위원회와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국산 공포영화는 연평균 4편(스크린 50개 이상 기준)만 개봉했습니다.

이 가운데 여름(6~8월)에 개봉한 작품은 해마다 줄어 지난해에는 '무서운 이야기 3'(6월 1일) 1편만 관객을 찾았습니다.

올여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숨바꼭질'(2013)을 연출한 허정 감독의 신작 '장산범'이 8월 간판을 내걸 채비를 하고 있을 뿐, 다른 국산 공포영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염정아·박혁권 주연의 '장산범'은 목소리를 흉내 내 사람을 홀린다는 장산범을 둘러싸고 한 가족에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입니다.

한국 공포영화는 그동안 개봉 편수도 적었지만, 흥행 성적도 썩 좋지 않았습니다.

관객 100만명을 넘긴 영화는 2013년 6월 개봉한 김용균 감독의 '더 웹툰:예고살인'(120만명)이 마지막입니다.

2014년 '소녀괴담'과 2015년 '손님'은 각각 48만명과 83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습니다.

반면, 외국 공포영화는 이 기간 연평균 11편이 개봉해 한국 공포영화보다 3배가량 많았습니다.

이 가운데 평균 42%는 여름에 개봉했습니다.

흥행작도 꽤 나왔습니다.

2013년 9월 개봉한 '컨저링'은 226만명을 모으며 역대 외국 공포영화 중 최다 관객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6월 선보인 '컨저링 2'는 193만명을 동원했고, 올해 5월 개봉한 '겟 아웃'은 211만명을 불러모았습니다.

특히 '겟 아웃'은 450만달러(51억원)의 저예산 영화임에도 북미를 제외한 전 세계에서 한국 관객 수가 가장 많습니다.

지난해 8월 개봉한 '라이트 아웃'도 국내에서 111만명이 관람해 북미 이외의 지역에서 가장 높은 흥행 기록을 세웠습니다.

국산 공포영화는 '여고괴담' 시리즈로 대표됩니다.

1998년 1편을 시작으로 2009년까지 총 5편이 제작된 '여고괴담'은 신인 감독과 신인 여배우의 등용문이었습니다.

'여고괴담' 1편 성공 이후 2000년대 초반에는 '가위', '해변으로 가다', '찍히면 죽는다', '폰' 등의 공포영화가 줄줄이 쏟아졌습니다.

김성희 영화진흥위원회 객원연구원은 "'여고괴담' 이후 공포영화들은 10대와 20대 초반 관객을 겨냥해 주로 학교를 무대로 제작됐다"면서 "고정 관객층이 있는데다 저예산으로 만들 수 있어 주로 신인 감독의 데뷔작으로 활용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완성도가 떨어지는 비슷한 공포영화가 양산됐고, 관객들도 식상함을 느껴 외면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2008년 '추격자'를 계기로 한국영화계에 스릴러 영화 열풍이 분 것도 공포영화의 쇠락을 가져왔습니다.

국내 스릴러 영화들은 스릴러의 장르적 외피를 둘렀지만, 공포 영화적 요소도 많이 담습니다.

지난해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나 올해 개봉한 김윤진 주연의 '시간위의 집'도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귀신 등 공포 영화적 요소가 강했지만, 공식 장르는 스릴러로 분류됐습니다.

'장산범' 역시 공포·스릴러지만, 사실상 스릴러에 더 가깝다고 이 영화의 배급사 뉴는 밝혔습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예전처럼 납량특집용 공포영화보다는 스릴러, 추리, 액션 등이 혼합되거나 강화된 영화들이 인기를 얻다 보니 그런 방향으로 더 특화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렇다고 공포영화 관객층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외화 '컨저링'과 '겟아웃'의 흥행에서 보듯 100만∼200만 명에 이르는 공포영화 시장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김성희 연구원은 "공포영화의 장인인 '쏘우'의 제임스 완 감독처럼, 한국에서도 신인이 아니라 기성 감독들이 공포영화에 도전하면 관객들이 많이 찾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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