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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황치열 "실패한 자식농사에서 자랑스러운 아들 됐어요"
입력 2017-06-16 07:51  | 수정 2017-06-16 10:41
가수 황치열이 10년 만에 첫 미니앨범을 발표했다. 제공| HOW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무명 가수였던 황치열(35)은 지난 2015년 3월 엠넷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서 임재범의 '고해'를 불러 화제가 됐다. 그해 4월 KBS2 '불후의 명곡'을 통해 무대를 휘어잡은 뒤 2016년 중국판 '나는 가수다 시즌4' 출연해 '황쯔리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경북 구미 출신 가수는 그렇게 한류 스타로 발돋움했다.
중국을 들썩이게 한 황치열은 데뷔 10년 만에 첫 미니앨범 '비 오디너리(Be ordinary)'를 발표했다. 2007년 정규 앨범 '오감'을 내놨으나 관심을 받던 시기는 아니었다. 팬들이 기다리던 앨범을 발매한 건 처음인 셈이다.
"지난 겨울부터 준비했지만 곡 선정을 하는 과정이 길어졌어요." 한국에 이어 중국에서도 팬이 생긴 황치열은 신중하게 앨범 작업을 했다. 그의 말대로 "황치열 음악 색깔의 물꼬를 트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경연 무대에서의 폭발적인 퍼포먼스보다는 음악에 집중했다.
타이틀곡은 '매일 듣는 노래'다. 이별을 겪은 이들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인 가사를 담은 정통 발라드다. "영화 '이프 온리' '노트북' 등을 보면서 가사를 썼어요. 함축적인 의미를 담으려고 했죠." 최근 가요계에서는 여러 장르를 혼합한 노래가 대세지만, 황치열은 기본으로 돌아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대표곡 없이 TV를 통해 유명해진 황치열은 자신의 음악적 색깔도 고민했다. 기존 노래를 황치열의 해석으로 부르는 것에서 벗어나야 했다. 애써 특별함을 찾는 것이 아닌 평범함을 택했다. 그래서 앨범 이름은 '비 오디너리'로 지었다. "추억을 소환하는 음악을 하는 가수가 됐으면 해요. 어렵지 않은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하려고 했습니다."
황치열은 '불후의 명곡'에서 고(故) 김정호의 '하얀 나비'를 열창한 바 있다. 때가 되면 꽃이 피기에 서러워하지 말라는 가사는 그의 가슴을 울렸다. 10년 넘게 가수를 꿈꾸며 기다린 황치열과 닮아서였다. "꿈을 잡으려고 뛴 게 아니라 뛰다 보니 잡힌 것 같아요. 넘어지고 숨이 차서 멈춰 설 때도 있었지만, 그저 묵묵히 뛰었죠." 2005년 무작정 상경한 그는 "한강을 보고 바다라고 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힘겨운 서울살이에도 지난날의 곡들은 위로가 됐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줬다.
서울 생활은 모든 날이 위기였다. 2006년 드라마 '인연' OST '고해'에 참여했지만 3년 만에 생활고로 허덕였다. 그제야 자신을 둘러싼 현실이 와닿았다. 생계를 위해 가수의 꿈은 잠시 접어두고 보컬트레이너가 됐다. "첫 월급이 60만원이었죠. 그 전까진 한 달에 20만원으로 살았는데, 통장에 그 3배가 들어온 거예요. '이 정도면 호화롭다'고 생각했죠."
황치열의 손을 거쳐 간 가수는 그룹 인피니트, 러블리즈, 뉴이스트 등이 있다. 인피니트가 '불후의 명곡'에 출연할 때는 스태프로도 참여해 '나도 저 무대에 오르면 잘할 수 있을 텐데'라고 되뇌었다. 그는 부침을 겪다가 결국 '불후의 명곡'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벼락같은 성공을 맛봤지만, 황치열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했다. 클럽이나 록페스티벌보다는 산에서 새소리를 듣는 게 더 좋다고 했다. "예능할 때는 밝은 성격이지만, 평소에는 잔잔한 걸 좋아해요. 최근에는 예쁜 카페에 자주 가죠."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을 뵐 때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부모님이 '자식농사 실패했다'고 하셨는데, 이제는 '자랑스러운 우리 아들'이라고 해요(웃음)." 명절 때마다 눈칫밥을 먹던 일도 이제는 추억이 됐다.
황치열은 무명 시절을 겪은 뒤 공개하는 '비 오디너리'에 대해 "나에게 감사하고, 부모님에게 효도하고, 팬들에게는 추억의 첫 페이지가 될 앨범"이라고 설명했다. 새 앨범과 더불어 콘서트에서도 팬들과 만난다. 겹경사를 맞은 것이다.
"꽃길이든 똥길이든 상관없어요. 앨범을 시작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하고 감개무량하죠. 여러 장르의 음악을 작업해서 빨리 발표하고 싶어요. 혼미한 상태를 싫어해서 술도 잘 마시지 않죠. 많은 분의 사랑을 받는 만큼 건강 챙겨서 팬들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in999@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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