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이젠 볼넷을 던져도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박종훈(26·SK와이번스)은 KBO리그 투수 중 가장 릴리스포인트가 낮은 투수다. 주로 사이드암이 많은 KBO리그에서 박종훈은 보기 드문 정통 언더핸드다. 손이 거의 지면을 스치듯(스칠 때도 있다) 하면서 나온다. 타자 입장에서는 여간 까다로운 투수가 아닐 수 없다. 무릎을 파고들다가 떠오르는 공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또 타이밍 잡기도 어렵다. 물론 전제가 있다. 바로 ‘제구가 잘됐을 때라는 전제다. 제구가 되지 않는 날에는 타자도 던지는 박종훈도, 공을 받는 포수도 모두가 당황스럽다.
이렇듯 박종훈은 제구에 기복이 심한 투수였다. 볼넷과 사구는 짙은 그림자와도 같았다. 지난해 140이닝을 던질 동안 볼넷이 91개, 사구가 23개였다. 하지만 올 시즌 박종훈은 달라졌다. 볼넷이 눈에 띄게 줄었고, 이닝 소화력도 좋아졌다. 타자와 승부도 빨라졌다. 지난 13일 인천 한화전을 앞두고 만난 박종훈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 연습을 마친 후 땀을 뻘뻘 흘리던 박종훈은 여러 사람의 도움 덕이라며 웃기만 했다. 가장 먼저 언급한 이는 메릴 켈리(29)였다. 박종훈은 켈리가 하는 대로 똑같이 따라하고 있다. 루틴까지 똑같이 하는 것은 아니고, 훈련양이 그렇다. 켈리는 매일 열심히 운동한다. 나도 해보니 몸이 훨씬 좋아지고, 회복이 빨라졌다”며 나중에 켈리가 결혼한다고 하면, 사비를 들여서라도 미국에 갈 것이다”라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제구력이 좋아진 것은 선배 윤희상(32)덕이다. 박종훈은 (윤)희상이 형이 마운드에서 던지는 모습이 너무 멋져보였다”며 완급조절을 할 때나, 표정관리는 나도 ‘저렇게 해야지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밝혔다. 또 올 시즌 장착해, 자신의 장점을 더 살리는 데 중요한 포인트가 된 체인지업에 대해서는 데이브 존·최상덕 코치에게 공을 돌렸다. 박종훈은 신재영 임기영 고영표 등 사이드암 투수들이 체인지업을 던지는 걸 보면서 필요성을 느꼈는데,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코치님들이 자세히 알려주셨다”며 지금도 여러 그립을 바꿔서 던지고 있는데, 체인지업으로 홈런을 맞을 때 오히려 더 기분이 좋다. 이 공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강해진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일정한 폼으로 던지면서 제구가 살아났기 때문이다. 밑에서 올려 던지는 듯한 박종훈의 투구폼은 일정함을 유지하기 힘들다. 이는 라일 예이츠 QC(퀄리티 컨트롤, Quality-Control코치)의 조언이 컸다. 박종훈은 중학교 2학년 이후 내게 처음으로 일정한 폼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 주신 분이다. 어떻게 하면 일정하게 던지는지, 일정한 폼이란 무엇인지 알려주신 분이기도 하다. 매일 대화하면서 길을 찾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제구가 살아나면서 자신감까지 상승 중이다. 그는 솔직히 예전에는 볼넷을 주고 웃는 선수를 보면 부러웠다”며 예전에 나는 사인대로 열심히 던지는 투수였지만, 이제는 속구를 높게, 또는 낮게 던지는 로케이션을 활용하는 법을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올 시즌 전 박종훈의 목표는 규정이닝 소화하기였다. 지난해에도 선발로 시작 8승(13패)을 따냈지만, 제구 불안 때문에 불펜으로 보직이 바뀌었고, 아쉽게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사4구가 발목을 잡았다. 박종훈은 첫 아이(딸-시은양)가 태어난 해라 잘하고 싶었는데, 많이 힘들었다. 세상의 고민을 모두 내가 떠안은 것 같았다”며 물론 지금은 괜찮다. 규정이닝도 규정이닝이지만, 이제 목표는 스트라이크를 더 많이 던지는 것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박종훈은 다짐은 유효했다. 15일 인천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한 박종훈은 6⅓이닝 5피안타 3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6승(3패)째를 따냈다. 7승을 거두고 있는 켈리 다음으로 팀내 최다승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날도 위기는 있었다. 3-0으로 앞선 2회에는 로사리오와 김경언에게 연속해서 볼넷을 내준 뒤, 송광민과 양성우에게 잇따라 안타를 맞아 3-2로 쫓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어진 무사 2, 3루를 추가 실점없이 넘어가는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이게 바로 달라진 박종훈의 위력이었다. 체인지업과 자신감을 토대로 박종훈은 그렇게 핵잠수함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날까지 69⅓이닝을 소화한 박종훈은 볼넷 28개, 사구 9개만을 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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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26·SK와이번스)은 KBO리그 투수 중 가장 릴리스포인트가 낮은 투수다. 주로 사이드암이 많은 KBO리그에서 박종훈은 보기 드문 정통 언더핸드다. 손이 거의 지면을 스치듯(스칠 때도 있다) 하면서 나온다. 타자 입장에서는 여간 까다로운 투수가 아닐 수 없다. 무릎을 파고들다가 떠오르는 공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또 타이밍 잡기도 어렵다. 물론 전제가 있다. 바로 ‘제구가 잘됐을 때라는 전제다. 제구가 되지 않는 날에는 타자도 던지는 박종훈도, 공을 받는 포수도 모두가 당황스럽다.
이렇듯 박종훈은 제구에 기복이 심한 투수였다. 볼넷과 사구는 짙은 그림자와도 같았다. 지난해 140이닝을 던질 동안 볼넷이 91개, 사구가 23개였다. 하지만 올 시즌 박종훈은 달라졌다. 볼넷이 눈에 띄게 줄었고, 이닝 소화력도 좋아졌다. 타자와 승부도 빨라졌다. 지난 13일 인천 한화전을 앞두고 만난 박종훈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 연습을 마친 후 땀을 뻘뻘 흘리던 박종훈은 여러 사람의 도움 덕이라며 웃기만 했다. 가장 먼저 언급한 이는 메릴 켈리(29)였다. 박종훈은 켈리가 하는 대로 똑같이 따라하고 있다. 루틴까지 똑같이 하는 것은 아니고, 훈련양이 그렇다. 켈리는 매일 열심히 운동한다. 나도 해보니 몸이 훨씬 좋아지고, 회복이 빨라졌다”며 나중에 켈리가 결혼한다고 하면, 사비를 들여서라도 미국에 갈 것이다”라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제구력이 좋아진 것은 선배 윤희상(32)덕이다. 박종훈은 (윤)희상이 형이 마운드에서 던지는 모습이 너무 멋져보였다”며 완급조절을 할 때나, 표정관리는 나도 ‘저렇게 해야지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밝혔다. 또 올 시즌 장착해, 자신의 장점을 더 살리는 데 중요한 포인트가 된 체인지업에 대해서는 데이브 존·최상덕 코치에게 공을 돌렸다. 박종훈은 신재영 임기영 고영표 등 사이드암 투수들이 체인지업을 던지는 걸 보면서 필요성을 느꼈는데,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코치님들이 자세히 알려주셨다”며 지금도 여러 그립을 바꿔서 던지고 있는데, 체인지업으로 홈런을 맞을 때 오히려 더 기분이 좋다. 이 공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강해진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일정한 폼으로 던지면서 제구가 살아났기 때문이다. 밑에서 올려 던지는 듯한 박종훈의 투구폼은 일정함을 유지하기 힘들다. 이는 라일 예이츠 QC(퀄리티 컨트롤, Quality-Control코치)의 조언이 컸다. 박종훈은 중학교 2학년 이후 내게 처음으로 일정한 폼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 주신 분이다. 어떻게 하면 일정하게 던지는지, 일정한 폼이란 무엇인지 알려주신 분이기도 하다. 매일 대화하면서 길을 찾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제구가 살아나면서 자신감까지 상승 중이다. 그는 솔직히 예전에는 볼넷을 주고 웃는 선수를 보면 부러웠다”며 예전에 나는 사인대로 열심히 던지는 투수였지만, 이제는 속구를 높게, 또는 낮게 던지는 로케이션을 활용하는 법을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올 시즌 전 박종훈의 목표는 규정이닝 소화하기였다. 지난해에도 선발로 시작 8승(13패)을 따냈지만, 제구 불안 때문에 불펜으로 보직이 바뀌었고, 아쉽게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사4구가 발목을 잡았다. 박종훈은 첫 아이(딸-시은양)가 태어난 해라 잘하고 싶었는데, 많이 힘들었다. 세상의 고민을 모두 내가 떠안은 것 같았다”며 물론 지금은 괜찮다. 규정이닝도 규정이닝이지만, 이제 목표는 스트라이크를 더 많이 던지는 것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박종훈은 다짐은 유효했다. 15일 인천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한 박종훈은 6⅓이닝 5피안타 3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6승(3패)째를 따냈다. 7승을 거두고 있는 켈리 다음으로 팀내 최다승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날도 위기는 있었다. 3-0으로 앞선 2회에는 로사리오와 김경언에게 연속해서 볼넷을 내준 뒤, 송광민과 양성우에게 잇따라 안타를 맞아 3-2로 쫓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어진 무사 2, 3루를 추가 실점없이 넘어가는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이게 바로 달라진 박종훈의 위력이었다. 체인지업과 자신감을 토대로 박종훈은 그렇게 핵잠수함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날까지 69⅓이닝을 소화한 박종훈은 볼넷 28개, 사구 9개만을 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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