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주열 총재 "통화정책 완화 조정 필요할 수도" 금리인상 시사
입력 2017-06-12 17:09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창립 67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17. 6. 12. [한주형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해 6월 사상 최저수준인 연 1.25%까지 인하한지 1년만의 일이다. 공교롭게도 미국 FOMC의 올 두번째 금리 인상을 눈앞에 둔 시점이어서 더 주목된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창립 제67주년 기념식에서 "앞으로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는 등 경제 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이같은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면밀히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가 직접 나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취임 직후인 2014년 상반기 이후 3년 만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년여간 기준금리는 총 5차례 인하했지만 인상은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이 총재의 이날 언급은 당장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는 뜻이라기 보다는 '한국은행이 최소한 올 연말까지는 금리를 못 올릴 것'이란 시장 기대에 변화를 주면서 향후 기준금리 운용에 좀더 신축적인 자세를 견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급증세를 멈추지 않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와 이번주로 예고된 미국 연준리 금리 인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도 함께 갖고 있다. 시장에서 자칫 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경우 한미간 금리 역전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총재는 당분간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인상의 전제조건으로 '성장 흐름의 뚜렷한 개선'을 명시했다. 그는 "최근 성장세가 확대되고 있지만 성장경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수요측면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다"며 "당분간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금리인상 시사 발언이 나오자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1.00%(23.82포인트) 하락한 2357.87에 마감했다. 지난 3월 3일 1.14% 하락한 이후 세 달만에 낙폭이 가장 컸다. 전 거래일인 9일 2381.69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지수가 단숨에 2350선으로 밀렸다. 8거래일 연속 상승하던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1.38%(9.29포인트)급락한 664.86까지 떨어졌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이 미처 예상치 못한 이 총재의 강경 발언이 나와 사상 최고치를 찍은 주가가 조정받을 빌미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의 긴축 발언에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급등하는 등 채권시장까지 요동쳤다. 코스콤에 따르면 이날 오후3시30분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067%포인트(6.7bp) 상승한 1.699%, 5년물 금리는 0.067%포인트 오른 1.917%를 기록했다. 3년물과 5년물 금리 상승폭은 올들어 가장 컸다.
장기물인 10년물 금리도 오후 들어 상승폭을 키우며 0.041%포인트 오른 2.224%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은 국채선물시장에서 3년물 1만54계약, 10년물 3318계약을 동반 순매도하며 채권금리 상승을 견인했다.
[부장원 기자 / 박윤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