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우리 사랑은 잘못이 아니야"…대학가서 동성애 익명고백 잇따라
입력 2017-06-12 15:51  | 수정 2017-06-19 16:08

지난달 15일 고려대 서울캠퍼스 정경대학 후문 게시판에 동성애를 고백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자신을 '16(학번) 무말랭이'라고 밝힌 글쓴이는"너와 난 서로에게 첫 번째 남자친구다"라며 "나는 무섭다. 사랑한다고 말하면 네가 끌려가 버릴까 봐"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글을 네게 바친다. 사랑해 마지않는 너에게"라며 남자친구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이 글은 페이스북 등에서 1000회 넘게 공유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대학생들은 "슬프고 화가 난다", "눈물이 날 정도로 마음이 아프지만, 너무 예쁘다"라며 이들 커플을 응원하고 지지했다.
최근 이처럼 동성애 학생들의 익명 고백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 주요대학 게시판의 동성애 관련 화두는 4월 25일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가 TV토론에서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발언에서 시작됐다.
고대 게시판에는 토론 이튿날인 26일 "나는 존재를 부정당했다. 사람들은 나의 존재를 놓고 찬반 토론을 했다. 나는 누군가 싫어하거나 반대할 수 있는 것이 돼버렸다. 나는 단지 사랑하고 싶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로부터 나흘 뒤에는 자신을 레즈비언이라고 소개한 다른 학생이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를 지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 존재한다. 우리는 늘 그랬듯 무지개 춤을 출 것이다"라며 더욱 강경한 어조의 대자보를 붙였다.
서울대 대나무숲에서 한 남학생은 연상 남자친구와 헤어진 경험을 고백하면서 "우리 사랑이 쉽게 지워지는 세상에서 너무 큰 사랑을 준 형, 다음이 있다면 그때는 조금 덜 아프자"라고 글을 올려 3600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대선 정국이 마무리되고 잠잠해진 동성애 고백은 지난달 24일 육군 법원에서 동성애자 장교가 항문성교를 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자 다시 터져 나왔다.
이들은 동성애자를 향한 편견이 여전한 사회 분위기를 비판하면서 절망감을 토로했다.
한 서울대생은 대나무숲에 "울분이 북받쳐 잠 못 이루는 밤"이라며 "그는 죄인이 아닙니다. 그 누구도 죄인이 아닙니다. 나는 죄인이 아닙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동성애자들이 자신은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시민이라고 스스로 알리는 과정"이라면서 "이성애자의 관심을 환기하고 전반적인 시민의식을 성장시키는 행위"라고 분석했다.
[디지털뉴스국 황혜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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