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일주일 안에 건설현장 근로자 `쌀` 바닥날 수도…자재 공급도 어려워"
입력 2017-06-12 15:07 
이종설 카타르 한상회장 [사진제공 = 이종설 카타르 한상회장]

심상찮은 카타르 단교 사태 후폭풍
중동 국가들의 대(對)카타르 단교조치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현지 진출 건설업계와 교민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내륙과 연결된 유일한 육상통로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카타르를 봉쇄하면서 건설업체들은 식자재는 물론 건축 자재 수급에 타격을 입고 있다. 항공로도 끊기면서 하룻밤 사이에 수천만원의 항공료를 손해보는 일도 잦아지면서 사태 장기화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카타르 한상(韓商)회장이자 현지 건설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종설(61) 문화건설 대표는 12일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사우디 국경이 막혀 육로 수송이 불가능하다"며 "건설 회사를 운영하는 나를 포함한 교민들이 자재 수급을 못해 곤란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100명이 넘는 제3국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이 대표는 "가장 큰 걱정은 식량 부족 문제"라며 "현재 우리가 보유한 쌀은 40kg들이 16포대인데 근로자들이 하루에 80kg먹는다. 이대로라면 일주일이면 식량이 바닥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근로자들을 굶길 위기에 처한 이 대표는 이날도 식료품점을 찾았으나 겨우 쌀 5포대 밖에는 구입하지 못했다. 그는 "평소 때는 한 트럭씩 내주던 가게주인이 물량이 없다며 5포대만 내주더라"며 하소연했다. 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0.2%에 불과할 정도로 농사를 안 짓는 카타르는 식량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이 대표는 "양파 등 야채 값은 상점들이 기존 가격의 두 배를 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재값이 오르면서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이 대표는 "하루 사이에 (거푸집을 묶는 데 쓰이는)합판 가격이 10% 올랐다"며 "공급업체들이 '사기 싫으면 사지 마라'고 배짱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은 1~2주 안팎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겨우 버티고 있지만 이번주가 넘어설 경우 언제든 건설 현장이 멈춰 서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는 하소연이다.

건설업은 교민들이 가장 많이 진출해 있는 분야인 만큼 사태가 장기화되면 큰 타격이 우려된다. 코트라에 따르면 카타르 현지에서 교민들이 설립한 건설 관련 법인만 총 38개(2005~2016년 누계 기준)다.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등 국내 17개 기업들도 진출해 총 26건(약 110억달러 규모)의 건설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송금 차질과 카타르 통화 가치 하락 우려도 교민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260만 카타르 인구 중 88%에 해당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카타르 화폐의 값어치가 추락할 것을 우려해 환전소 등으로 몰려가 달러 물량이 일시적으로 바닥이 나고 있다. 이 대표는 "오늘 아침에도 한국에 송금을 좀 하려고 송전소를 찾았는데 꼬박 3시간을 줄서 있다가 헛걸음만 했다"며 "카타르 화폐가치가 떨어질까봐 교민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변국과 항공편이 끊기면서 수천만원씩 추가로 항공비를 물어야 하는 사태도 발생 중이다. 카타르에서 건설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용석 한상 부회장은 "네팔에서 근로자 30여명을 데려 오는데 항공티켓을 예약하고 난 뒤 단교 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항로를 변경하는 데 1000만원 가량을 더 지출했다"며 "아마 다른 한인 회사들도 같은 일을 겪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태 장기화에 따라 주카타르 한국대사관 측도 대책마련을 고심 중이다. 박흥경 주카타르 대사는 "단교가 장기화됐을 때엔 현지 진출한 건설업체들이 위기에 처해질 수 있는 게 가장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신재현 코트라 도하 무역관장은 "정보가 제한적이라 사태가 장기화될지 판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러나 사재기 등 혼란이 단교 발생 첫 날에 비해 많이 안정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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