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달 필리핀 세부에서 발생한 한인 총기피살사건의 진짜 범인을 검거했다. 당초 강도에 의한 범행으로 알려진 이번 사건의 진범은 앙심을 품은 내연녀인 것으로 밝혀졌다.
11일 경찰청은 지난달 세부 라푸라푸에서 발생한 한국인 황 모씨(47) 피살사건의 진범 3명 중 2명인 필리핀 여성 A씨(20)와 A씨의 남자친구 B씨(34)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황씨는 지난달 20일 오후 필리핀 소재 자택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이웃에게 발견됐다. 수사 초기 필리핀 경찰은 황씨의 이웃이던 필리핀 남성 2명이 사건 발생 전 그의 가방과 휴대전화를 훔친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을 살인사건 용의자로 체포했다. 이들의 집에서 피가 묻은 셔츠를 발견한 경찰은 이를 황씨의 혈흔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청은 수사 지원을 위해 한국 경찰주재관과 한인 사건을 전담하는 코리안데스크를 배치했다. 프로파일러와 폐쇄회로 전문가, 감식 전문가도 추가 투입했다. 그러나 한국 수사팀은 용의자들의 진술이 명확하지 않고 살해 동기가 불분명한 점을 들어 이들이 진범이 아닐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후 경찰청 과학수사팀은 혈흔이 묻은 셔츠 일부를 국내로 보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고 사흘 만에 해당 혈흔은 피해자의 것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경찰은 현지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하고 현지 교민들의 도움을 받아 황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확보했다. 황씨의 계정에선 A씨가 황씨에게 '집을 방문하겠다'라고 보낸 메시지와 황씨가 A씨를 질책하는 대화 내용이 발견됐다.
필리핀 경찰은 마사지 가게에서 일하는 A씨를 체포해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후에 검거된 B씨도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
조사 결과 A씨는 황씨와 내연관계였으며 범행 전 황씨의 집에서 금품을 훔치다 발각돼 폭행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A씨는 남자친구 B씨와 공모해 살인청부업자인 C씨와 범행을 모의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오후 11시30분께 A씨는 "훔친 물건을 돌려주겠다"며 황씨의 집을 방문했고 다음날 0시 23분께 현장에 도착한 B씨가 망을 보는 사이 C씨가 소음기가 달린 권총으로 범행을 벌였다.
현지 경찰은 A씨와 B씨를 살인죄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며 전문 킬러인 C씨의 행방을 추적 중이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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