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아모레·LG생건 `사드 악몽` 벗어났지만…
입력 2017-06-11 18:53  | 수정 2017-06-11 18:57
지난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둘러싼 중국의 보복 조치로 억눌렸던 화장품주들의 주가가 올해 들어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상승 곡선을 계속 그려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드 보복 완화에 따른 실적 회복 기대감이 주가에 이미 반영된 데다 최근 가파른 주가 상승으로 화장품주가 고평가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하반기 한국을 방문하는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화장품 업계의 실적과 주가 향방을 가르는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 이후 지난 9일까지 LG생활건강 주가는 18.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맥스와 아모레퍼시픽의 연초 대비 주가 등락률은 각각 10.6%, 6.8%를 기록했다. 특히 같은 기간 코스메카코리아(33.3%)와 한국콜마(32.5%)는 주가가 30% 넘게 올랐다. 사드 배치 발표가 있었던 지난해 7월 8일과 비교하면 이들 화장품 주가는 77% 이상 수준으로 회복하면서 사드 후유증에서 빠르게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주가는 올랐지만 화장품주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우선 사드 리스크가 누그러진 가운데 최근 화장품주가 급등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주가가 빠르게 올라 고평가 국면에 접어들면 추가 상승 여력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1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한 화장품 업체들의 경우 올해 예상 주당순이익(EPS)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30~35배 수준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다"며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내년 예상 EPS 기준 PER도 30배에 달해 가장 고평가받고 있는 종목"이라고 분석했다.
실적 개선 기대감이 약해진 점도 화장품주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화장품 업계는 최근 3년 동안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같은 기간 연평균 30~40% 매출 신장세를 이어왔다. 빠르게 늘려온 매장과 인력은 호황기 수익 창출의 동력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사드 악재가 불거진 이후 실적 성장세가 꺾인 동시에 한번 늘어난 고정비용 지출은 쉽게 줄이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올해 3분기 주요 화장품 업체가 내놓은 매출 성장률 전망치를 살펴보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 3.3%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같은 기간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 성장률 추정치는 각각 16%, 2%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한국을 방문하는 유커의 수에 따라 화장품 업계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커 변수는 화장품 업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다 실적 개선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관광지식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유커는 사드 배치 결정이 있었던 지난해 7월 91만7519명을 기록한 이후 같은 해 12월을 제외하고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4월 유커는 22만7811명으로 작년 7월 대비 무려 75% 급감했다. 박 연구원은 "중국인 입국자는 화장품 업종의 실적과 추이를 같이 하는 경향이 있다"며 "유커 효과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레버리지 효과는 LG생활건강이 아모레퍼시픽보다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을 찾는 유커가 다시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지난 8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추스바오는 "한국이 사드 배치 속도를 늦추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사드 배치를 철회하겠다는 뜻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드 문제가 실질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한중 관계의 고통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추가 사드 보복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대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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