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끝난 환자 퇴원 보류한 정신병원장 첫 유죄

치료가 끝난 정신병 환자를 퇴원시키지 않은 병원장에게 처음으로 유죄가 선고됐다. 정신병원의 비정상적인 입·퇴원 관행에 대한 첫 판결이다.
의정부지법 형사4단독 하석찬 판사는 11일 "정신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신병원장 이모씨(73)에게 벌금 12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기초정신보건심의위원회로부터 퇴원 명령을 받은 환자 28명을 늦게 퇴원시키고 일부 환자에 대해서는 입원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현행 정신보건법은 자발적 입원이 아닌 보호 의무자에 의해 입원한 환자는 6개월 뒤 기초정신보건심의위원회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심사에서 퇴원이 결정되면 환자를 즉시 내보내야 한다.

이씨는 "보호 의무자에 대한 인계가 늦어져 범죄가 우려되는 등 환자를 계속 입원시킬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범죄예방보다는 기본권 보장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환자에게 퇴원 명령이 내려졌다면 환자의 신체 자유라는 법익이 보호의무자에게 인계할 수 없는 환자를 입원시켜 기대할 수 있는 범죄예방 등 법익보다 증대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어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환자 본인의 동의 없이도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기 때문에 환자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큰 만큼 입원시키려면 엄격한 기준으로 정당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정신병원들의 비정상적인 입·퇴원 관행에 대해 범죄 예방과 기본권 보장을 놓고 논란이 돼 있다. [의정부 = 지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