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32년간 `뽀뽀뽀` 이끈 노래 선생님 다시 돌아왔다
입력 2017-06-09 14:13 
이민숙 음악감독

"텔레비전 공중파에서 사라진 어린이 프로그램을 다시 보여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각자의 나이에 맞는 곡을 들으며 노래 부르고 춤출 수 있을 때 가장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서적으로도 잘 자랄 수 있는 건 너무나 당연하고요."
지금 어른이 된 이들에게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MBC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에서 32년간 음악감독을 맡아온 이민숙 감독(어린이전문 프로덕션 '노래친구들' 대표)이 다시 돌아왔다. 요즘 아이들이 유치원에서조차 걸그룹의 노래와 춤을 따라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스튜디오부터 MC섭외까지 전액 자비를 들여서 일종의 재능기부에 나선 것이다. 노래와 춤을 마음껏 즐기라는 마음을 담아 프로그램 이름도 '노래친구들 랄라라'로 지었다.
이 감독은 '뽀뽀뽀' 뿐 아니라 MBC 어린이합창단 등을 이끌며 평생 7000곡 이상의 동요를 만들어왔다. 추억의 동심으로 이끄는 '뽀뽀뽀'의 전주곡도 이 감독에 의해서 탄생했고, 유치원과 학교에서 여전히 많이 들을 수 있는 '일어나요' '엄마는 예뻐요' 같은 동요들도 이 감독 작품이다. 그는 한국에서 동요를 가장 많이 만든 작곡가로 국내 기네스에 등재되기도 했다.
이렇게 오랜 기간 어린이들과 함께 방송을 이끌어 온 이민숙 음악 감독의 제자들 중에는 한국의 톱스타들이 즐비하다. 빅뱅의 지드래곤, 탤런트 이인혜, 영화배우 류덕환, 김새론, 허정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뽀뽀뽀'와 '어린이합창단'을 통해 데뷔했고 이 감독은 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방송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결국엔 스타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했다. 이들은 지금까지도 이 감독과 연락을 나누며 사제지간을 넘어 마치 엄마와 자식 같은 또는 친구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뽀뽀뽀'가 지난 2013년 8월 7일 7754회를 끝으로 폐지됐을 때 지드래곤은 자신의 SNS에 '괜히 슬퍼지는 이 기분은 뭘까, 잘가요 뽀뽀뽀'라는 글로 서운한 속내를 드러내 화제가 됐다. 지드래곤은 지금도 콘서트를 열 때 마다 이민숙 감독을 잊지않고 챙긴다. 일본 등 해외에서 공연이 열릴 때면 은사를 모시기 위해 숙소까지 예약해둘 정도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걸출한 제자들을 키워낸 것만으로도 뿌듯할 것 같은 이민숙 감독은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에게 좋은 감수성을 만들어주고 싶어하는 마음에 변함이 없다.
그는 "시청률만 보고 어린이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사교육에 노출되는 시기가 빨라지면서 정서적으로 점점 메말라가는 아이들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도 제 노래를 듣고 자란 아이들이 좋은 인성을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너무나 뿌듯합니다. 어린이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당장 눈 앞에 돈을 보고 하는 일이 아닙니다. 이는 어린이들에 대한 투자이고 어른들의 의무이기도 한 것이죠."
이 감독은 어렸을 때 어떠한 경험을 하고 좋은 추억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삶 전체가 너무나도 달라지는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에 지금 아이들과 그 부모들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꼭 전하고 싶다고 강조한다.
"노래와 율동 속에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와 메시지가 다 담겨 있어요. 그 속에서 알게 모르게 아이들은 자신이 어떠한 사람이 되어야 할지 배우면서 판단력과 자신감을 키울 수 있어요. 이제는 이런 역할을 하는 곳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 아쉽지만, 제가 가진 것들을 함께 공유하면서 조금이라도 성장에 도움이 되길 바랄게요."
'노래친구들 랄라라'는 17일 오전 9시에 유튜브를 통해서 첫 방송이 나간다.
[이윤재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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