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한현정의 직구리뷰]당신의 ‘하루’와 맞바꿔도 아깝지 않다
입력 2017-06-08 07:01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실하다. 어느 곳 하나 빈틈없이 꽉 찼다. 뚜껑을 열어보니 텅 빈, 겉만 번지르르한 여타의 작품들과는 다른 근래 보기 드문 수작이다. 세 남자의 빈틈없는 연기력, 가슴 깊은 곳까지 강력하게 스며드는 메시지, 촘촘한 구성과 속도감 있는 연출, 그리고 이 모든 걸 감싸안는 시나리오가 제대로 합을 이뤘다.
미스터리 스릴러 ‘하루가 지난 7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그 베일을 벗었다. 작품은 사실 근래 개봉한 다수의 대작들에 밀려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만 정체를 드러내는 순간 이것은 분명 강력한 호재로 작용할 것임을 직감하게 했다.
영화는 매일 사랑하는 사람을 눈앞에서 잃는, 반복되는 지옥을 끝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눈 앞에서 잃고 정신을 차려보니 시점은 사고 발생 2시간 전, 이 지옥과 같은 시간은 끊임 없이 반복된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 같은 시간 속을 또 다른 인물이 함께 돌며 사건을 풀어간다는 점에서 그간 만나온 타임루프 소재의 영화와는 궤를 완전히 달리한다. 절대 잃어서는 안될 존재의 죽음이 반복되는 하루, 여기에 갇힌 두 남자. 감독은 독특한 설정에 살을 보태고 이들 사이에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비밀로 미스터리 스릴러의 장르적 매력을 극대화시킨다. 반복되는 하루가 전혀 지루하지 않는 건,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도 있지만 무엇보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사이 사이 들어있는 기가 막힌 변칙 구성 덕분이다.
‘하루 속 하루는 비슷한 듯 다르다. 두 남자가 어떤 선택을 하냐에 따라 상황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결과는 좀처럼 바뀌질 않는다. 그리고 이것을 끝내기 위해서는 미스터리한 비밀을 하나하나씩 풀어야 하고 조여오는 감정선 속에서 궁지에 몰리는 두 남자의 액션 역시 과감해진다. 사고 현장에 1분 1초라도 빨리 도착하기 위해 속도위반을 하고 역주행을 하고 살인까지 결심하며 폭주하는 이들, 두 남자의 미친 연기력에 한참 빠져들었을 때 생각지도 못한 반전과 가슴을 울리는 먹먹한 메시지가 그 어떤 장치보다 강렬한 한 방으로 뒷통수를 친다.
독특한 설정, 미스터리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슬릴러 적인 면도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죄의식 죄책감을 비롯한 연민, 감동 등 복합적인 감정들이 마음에 비수를 꽂을 만큼 강렬한 드라마가 이 작품의 가장 큰 킬링 포인트다. 시간이 반복된다는 소재, 극단적인 사건에 얽힌 세 남자의 다소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어느새 현재 나의 일인 듯 빠져들게 되는 무서운 몰입감 역시 이 덕분이다.
배우의 연기는 좋은데 드라마적 개연성이 떨어지거나, 설정은 기가 막히게 새로운데 이를 완성시키는 과정이 어설프다거나, 과도하게 욕심을 내다 가장 중요한 걸 놓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루는 이와는 정반대로 장르적 재미와 강력한 드라마,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력이 제대로 시너지를 낸다. 결과적으로 속이 꽉 찬,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차별화된 미스터리 스릴러로 완성됐다.
작품은 이 같은 작품성을 일찌감치 인정받아 올해 10월 5일 개막하는 제50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도 당당히 초청됐다. 김명민 변요한 유재명 조은형 신혜선 등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6월 15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90분.
kiki2022@mk.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