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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우 휴식과 나비효과…35일 만의 선발 정진호 대형사고
입력 2017-06-07 22:03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정진호는 7일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사람의 앞일은 참 모를 일이다. 박건우의 휴식이 정진호의 사이클링히트를 만들었다.
2011년 신인 5라운드 38순위로 두산에 지명된 정진호는 백업 선수였다. 지난해까지 통산 201경기만 뛰었지만 100타수를 넘긴 시즌이 1번(2015년 154타수) 밖에 없다.
올해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두 차례나 말소를 경험했다. 지난 6일 다시 엔트리에 포함됐다. 그리고 컴백 이틀 만에 대형사고를 쳤다.
정진호는 주전이 아니다. 6일 잠실 삼성전에도 8회 에반스의 대주자로 출전했다. 하지만 7일 경기에 2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지난 5월 3일 대구 삼성전 이후 35일 만이다.
박건우의 햄스트링 통증 때문이다. 심각하지 않으나 무리할 이유도 없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박건우에게 휴식을 권했다. 그러면서 김재환-박건우-민병헌(6일)이 아닌 김재환-민병헌-정진호(7일)로 외야 수비를 구성했다.
정진호의 선발 출전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사이클링히트라는 대기록을 세웠으며, 팀 승리에 결정적인 밑바탕이 됐다.
정진호의 시즌 타율은 0.233(43타수 10안타)였다. 최근 1군 10경기에서 제한된 기회 속 안타를 1개 밖에 못 쳤다. 안타 10개 중 장타는 3개(2루타 1개-홈런 2개)였다. 그렇지만 퓨처스리그(16경기 타율 0.340)에서 타격감을 끌어올린 정진호였다. 7일에는 그 감이 절정이다.

정진호는 1회말 1사서 2루타를 치며 포문을 열었다. 정진호의 출루는 대량 득점(3)으로 이어졌다. 정진호는 2회말 3루타까지 때렸다. 삼성 중견수 박해민이 못 잡은 타구가 외야 펜스까지 날아가는 행운이 따라줬다.
정진호는 4-3으로 근소하게 앞선 4회말 중전안타로 다시 출루했다. 두산은 2회말 2사 3루 기회를 놓쳤지만 4회말 1사 1루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김재환의 사구, 양의지의 2루타, 최주환의 안타, 우규민의 폭투로 3점을 추가했다.
정진호의 4번째 타석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홈런 하나면 사이클링히트였다. 더욱이 두산은 5회초 러프에게 3점 홈런을 맞으면서 4점차 리드를 못 지켰다. 정진호의 홈런은 7-7의 팽팽한 승부를 깰 한방이기도 했다.
그리고 현실로 이뤄졌다. 5회말 2사 후 민병헌이 볼넷으로 걸어 나간 뒤 정진호가 최충연의 140km 속구를 공략했다. 타구는 외야 우측 펜스를 넘겼다. 정진호의 개인 첫 사이클링히트였다. 또한 KBO리그 기록도 갈아치웠다. 최소 타석(4) 타이 및 최소 이닝(5) 신기록이었다.
정진호의 한 방으로 두산이 3번째 리드를 잡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리드를 뺏기지 않았다. 7회초 2사 1,3루 위기를 극복했다. 정진호의 홈런은 이날 경기의 결승타였다. 정진호의 독무대였다.
박건우의 휴식에 따른 나비효과였다. 그리고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움켜 잡은 정진호였다. 그는 이날 5안타를 몰아쳤다. 2011년 프로 입문 이래 3안타 경기가 3번 밖에 없던 그는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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