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단독] 돈줄 쥔 産銀, 박삼구에 사퇴 압박
입력 2017-06-07 18:02  | 수정 2017-06-07 20:54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금호타이어 대표이사직에서 자진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금호타이어 매각건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어온 산은과 박삼구 회장 간 정면충돌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7일 산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박삼구 회장 측 고위 임원을 접촉해 경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박삼구·이한섭 금호타이어 공동대표가 9일까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혀줄 것을 요청했다"며 "최근 주주협의회 모임에서 다른 주주은행들도 해임건의 필요성을 제기함에 따라 이같이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9일까지 금호그룹이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 허가에 대한 확답은 물론 박삼구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거부할 경우 곧바로 주주협의회에 박삼구 대표이사 해임결의안을 올릴 방침이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최대주주로 지분 42.01%를 쥐고 있다.
산은이 박 회장의 대표직 사퇴 압박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금호타이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중국 더블스타와의 협상을 조기 종결하려면 기존 경영진 사퇴가 꼭 필요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박 회장의 용퇴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은의 전방위 압박에 대해 금호그룹 관계자는 "상표권 사용 허가를 포함해 내부적으로 채권단 요청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7일 기자와 만난 박삼구 회장은 상표권·대표직 해임 요청과 관련한 질의에 대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쥐고 있는) 금호산업이 잘 알아서 할 것"이라고 답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채권은행이 대출금을 일시에 회수하면 국내에서 살아남을 기업이 얼마나 있겠냐"며 "산은이 도를 넘은 압박을 통해 오히려 금호타이어 가치를 심하게 훼손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 측이 9일까지 금호타이어 대표직에서 자진 사퇴하고 상표권 사용 허가 요청을 수용할 경우 주주협의회는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1조3000억원 채권 만기를 3개월 연장할 방침이다.
하지만 박 회장 등 금호타이어 공동대표이사들이 자진 사퇴를 거부하거나 상표권 사용 허가 요청이 주주협의회 요구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주주협의회는 12일 박 회장 해임 결의안을 안건으로 부칠 예정이다.
[김정환 기자 / 정석우 기자 / 강영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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