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産銀, 朴회장 사퇴 압박…"자금 일시회수는 과도" 비판도
입력 2017-06-07 18:02  | 수정 2017-06-07 23:39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금호타이어 대표이사직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상표권 문제가 해결이 안되자 대표이사직 사퇴 카드를 꺼내며 또다시 금호그룹을 압박하고 있다.
7일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최근 박삼구 회장 측 고위 임원을 접촉해 박삼구·이한섭 금호타이어 공동대표가 9일까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혀줄 것을 요청했다"며 "최근 주주협의회 모임에서 일부 주주은행들도 해임 건의 필요성을 제기함에 따라 이같이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9일까지 금호그룹이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 허가에 대한 확답은 물론 박삼구 회장의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사퇴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거부할 경우 오는 12일 주주협의회를 열어 대표이사 해임결의안을 상정할 방침이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최대주주로 지분 42.01%를 갖고 있으며 박 회장은 지분 없이 채권단으로부터 경영권을 위임받은 상태다.
다만 해임 의결을 위해서는 주주협의회 의결권(매각 대상 지분 42.01% 중 지분율에 따라 산정) 기준 75%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산업은행 의결권은 32.2%(지분율 13.51%), 우리은행 의결권은 33.7%(지분율 14.15%)다. 우리은행이 반대하거나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등 다른 채권단 전체가 반대할 경우 해임결의안은 무산된다. 우리은행의 찬반 입장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산업은행이 박 회장의 대표직 사퇴 압박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은 금호타이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중국 더블스타와의 협상을 조기 종결하기 위해선 기존 경영진 사퇴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박 회장의 용퇴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입장에선 오는 9월 말까지 금호타이어 매각을 완료해야 하는 상황인데, 상표권 사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매각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다급해진 산업은행이 기존 경영진 사퇴 카드를 꺼낸 이유로 해석된다,
산업은행 요청에 대해 박 회장 측은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제시한 9일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다"며 "그룹 내부적으로 신중히 검토한 후 판단을 내린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상표권 허가는)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쥐고 있는 금호산업이 잘 알아서 할 것"이라고 답했다. 금호산업 대표이사로서 개인 판단만 가지고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상표권 허용 여부에서 금호산업 대표이사 판단이 중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제가 대답할 만한 일이 아니다"며 "(개인적으로 결정하면) 월권이 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피력했다. 금호그룹 고위 관계자는 "아직 금호산업 이사회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은행과 금호그룹은 상표권 요율과 사용 기간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4월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으면서 5년은 의무적으로 상표권을 사용하되 이후 15년간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조건을 붙였다. 상표권 사용료로는 연 매출 0.2%에 해당하는 몫을 금호그룹 측에 주도록 했다. 이에 대해 금호그룹은 채권단과 사용료 사전 합의가 있다면 5년까지 상표권 사용을 허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만약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쥐고 있는 금호그룹이 상표권 사용을 허가하지 않으면 더블스타로의 매각작업은 무산될 공산이 매우 크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브랜드 가치를 감안해 인수가(9550억원)를 써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산업은행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돈줄을 쥔 채권은행이 대출금을 일시에 회수하면 국내에서 살아남을 기업이 얼마나 있겠냐"며 "산업은행이 도를 넘은 압박을 통해 오히려 금호타이어 가치를 심하게 훼손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금호그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더라도 서로 논의할 수 있는 선택지는 남겨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타이어업체인 더블스타는 올해 1월 금호타이어를 9550억원에 인수하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금호타이어 공장이 있는 광주 지역 상공인들은 고용 불안정과 기술유출 등을 이유로 중국업체로의 매각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김정환 기자 / 정석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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