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스피 랠리에 국민연금 5개월만에 4.8% 벌었다

국민연금이 올들어 5개월 만에 5%에 육박하는 투자 수익을 올렸다. 국민연금은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5.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코스피의 상승 랠리에 힘입어 평소 1년간 벌 돈을 5개월 새 벌어들인 셈이다.
7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국민연금 전체 기금의 올해 수익률은 4.8%로 잠정 집계됐다. 금액으로는 25조원에 달하는 투자 수익을 올렸다.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연간 수익률은 10% 안팎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년 동안 4.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해 국민연금 수익률 호조의 일등공신은 단연 국내주식이다. 기금 전체 수익률은 지난 3월 말까지 2.1%였는데 4~5월 두달 사이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4.8%까지 올라갔다. 국민연금은 전체자산 588조원의 20%인 118조원을 국내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주식 부문만 따지면 올해 수익률이 지난달 말 기준 18%에 달한다. 따라서 올해 국내주식에서만 이미 20조원 가까운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기금운용본부 전주 이전으로 운용인력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운용상 어려움이 있는 상황임에도 다행히 국내주식이 오르면서 좋은 운용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중소형주로 쏠렸던 위탁운용사들의 포트폴리오를 지난해 정상화시킨 것도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투자 종목별로 따져보면 삼성전자에서 가장 많은 5조50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금융감독원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5월 말 기준 삼성전자 보통주 1270만5979주(지분율 9.7%)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작년 말 180만2000원에서 지난달 말 223만5000원으로 24.0%나 상승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에도 국내주식에서 벌어들인 총수익 5조3400억원의 거의 대부분을 삼성전자 한 종목에서 얻었다.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은 수익을 안겨준 종목은 SK하이닉스다. 국민연금은 SK하이닉스 지분 10.2%를 보유하고 있는데 SK하이닉스 주가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27.5% 오르면서 보유 지분 평가액이 9200억원 가량 늘었다.
이밖에 KB금융 LG전자 삼성SDI 엔씨소프트 현대차 등 종목에서도 올 들어 각각 3000억원 이상씩 평가차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국내 주식은 총 277개 종목으로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40개 종목이 올 들어 10% 이상 올랐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식이 많이 올랐지만 늘어난 이익에 비해서는 여전히 전세계적으로 저평가된 상태"라면서 "하반기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는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지침) 도입을 계기로 기업 배당이 늘어나고 지배구조가 개선되면서 하반기에도 국민연금이 국내주식에서 상당한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전체 자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국내 채권에서는 2% 가량 수익을 올렸다. 국내 채권은 지난해 1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글로벌 금리가 동반 상승하면서 가격이 떨어져 지난해 연간 투자 수익률이 1.8%에 그쳤다. 올해 들어서는 채권 금리가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주식 급등으로 자산가치가 늘면서 국민연금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3월 말 기준 49.5%로 사상 처음으로 절반 아래로 내려왔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6월 확정한 '2017년도 및 중기 자산배분계획'에서 국내채권 비중을 2017년 말까지 49.5%로 낮추기로 계획한 바 있다.
지난 5년간 국내 투자에 비해 월등히 높은 성과를 냈던 해외 주식과 채권에서는 올해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은 기금 운용의 안정성과 수익성 제고를 위해 현재 25% 수준인 해외 투자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달 26일 확정된 '2018년도 및 중기 자산배분계획'에서는 5년 후인 2022년엔 해외 투자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기로 목표를 정했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