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새정부, 국민연금 2단계 개편 착수
입력 2017-06-07 16:37 

기금 규모만 57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지배구조가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목적으로 한 개편 작업에 착수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하되 현행 가입자 대표체제를 유지하고, 기금운용본부는 일단 부이사장급으로 확대 개편한 뒤 추후 공사로 독립시키는 2단계 전략을 추진한다는 것이 골자다.
7일 여권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안'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보고했다. 이 관계자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을 제고하고,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전문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며 "다만 세부안에 대해선 복지부와 전문가를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어 추후 세부방안에 대해선 검토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위한 기금운용체제 개편 논의는 이미 상당 기간 진행돼 왔지만, 문제가 생길 때마다 봉합하는 수준에 그쳤다. 지난 2015년 보건사회연구원 명의로 정부가 '국민연금 관리·운용체제 개편안'을 발표하며 기금운용공사 독립 등에 시동을 걸었지만 지난 19대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됐다. 하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사결정 논란으로 인해 기금운용 독립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기금운용 체제 개편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에 제출된 복지부 초안에 따르면 기금운용위원회는 상설화하되 현행 가입자 대표들을 상임위원으로 임명해 현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현재 기금운용위는 정부 당연직과 2명의 투자 전문가를 포함해 사용자·근로자 단체, 지역가입자 대표 등으로 구성된다. 이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2015년 개편안에서는 위원들을 8명의 민간 전문가로 대체하는 방안이 제안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에서는 거버넌스의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일단 가입자 대표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김연명 국정기획위 사회분과위원장도 지난달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기금운용의 가입자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신 전문성 강화를 위해 기금운용위 산하에 성과평가보상, 의결권 행사, 투자정책에 대한 전문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상임위원들이 소위원장을 겸직하도록 했다. 현재도 이런 소위원회들이 있지만 형식상 자문기구에 그치고 있는 것과 달리 법적 근거를 부여하고 역할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동시에 사무국인 기금관리국을 둬 기금운용위를 보좌하게 된다.
논란의 핵심인 기금운용본부는 당장 성급한 독립보다는 일단 확대 개편한 뒤, 기금운용위 조직개편이 마무리되는대로 기금운용공사로 독립시키는 '투 스텝' 전략을 취할 방침이다.
우선 1단계에서는 기금운용본부의 위상 강화를 위해 현행 이사 직급인 기금운용본부장을 부이사장으로 승격시킨 뒤 인사·예산에 대한 전권을 주기로 했다. 대신 본부장 선임을 둘러싼 잡음이 없도록 본부장 선임을 기금운용위 또는 외부기관의 추천·심의를 거치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임명제청을 하면 복지부 장관이 본부장을 임명하는 구조이지만 이같은 내부 프로세스 만으로는 본부장 선임의 투명성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어 기금운용위가 정착된 뒤에는 2단계로 기금운용본부를 별도 공사 조직으로 독립시킬 방침이다. 다만 복지부는 신설될 기금운용공사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 적용 배제를 내심 바라고 있어 향후 기획재정부와 갈등이 예상된다.
지난달 기재부가 발표한 '2017 기금운용평가'는 "기금운용본부를 공단 내 한 부서로 두고, 본부장 연임 권한을 공단 이사장에게 준 공운법 규정이 문제가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를 근거로 기재부도 공운법 배제를 인정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기재부 관계자는 "해당 내용은 기금운용본부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과 함께 관련 법 조항을 적시한 것일 뿐 공운법 배제와는 무관하다"고 밝혀, 향후 부처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정홍 기자 /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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