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LG화학·SK케미칼…국산 백신 전성시대 기대감
입력 2017-06-07 16:16 

국내 제약사들이 잇달아 백신 개발에 성과를 내면서 그동안 외국계 제약사 중심이었던 백신 시장의 주도권을 찾아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일 LG화학은 미국 빌게이츠 재단으로부터 소아마비 백신 개발을 위한 1260만달러(약 140억원) 자금을 지원받게 됐다고 밝혔다. LG화학은 2014년부터 불활화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2020년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을 받아 국내 오송 공장에서 백신을 생산하고 글로벌 시장에 본격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불활화 백신은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열과 화학약품으로 죽이거나 생리활동을 정지시켜 항원으로 사용하는 백신으로 기존 경구용 소아마비 백신을 대체하며 수요가 급증했다. 경구용 소아마비 백신은 병원성을 약화시킨 세균이나 바이러스 변이균주를 살아있는 상태로 사용하기 때문에 돌연변이 바이러스를 생성하고 이로 인해 소아마비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그러나 불활화 백신 생산은 기술 난이도가 높고 국제 규격에 부합하는 시설 확보도 쉽지 않아 많은 국가들이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 본부장은 "빌게이츠 재단의 확고한 지원에 힘입어 모든 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소아마비 백신을 상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최근 폐렴구균 백신 후보 물질 3가지에 대한 임상실험에 돌입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통상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사는 여러 후보물질 가운데 가장 가능성 높은 한개 물질을 뽑아 임상을 진행한다"며 "3개 후보물질에 대한 동시 임상은 그만큼 백신 개발 의지가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국내 폐렴구균 백신 시장은 화이자의 프리베나가 90%,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의 신플로릭스가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SK케미칼의 대상포진 백신도 올 하반기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가 예상된다.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 규모는 800억원대로 미국계 회사 머크가 개발한 조스타박스가 유일한 제품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대상포진 백신이 허가되는 경우 외국계 제약사 독점구조가 10여년만에 깨지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들이 국산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에서 사용되는 백신 약 80%를 해외 제약사에 의존할 만큼 자급률이 낮은 상황이다. 국가예방접종 사업 21종 백신 중 국내에서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백신은 B형간염 Hib 수두 인플루엔자 신증후군출혈열 등 5종에 불과하다.
향후 백신을 개발하는 국내 제약사들에 대한 정부 지원도 강화될 전망이다. 최근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 예방 백신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백신 국산화"라고 강조하며 "이를 위한 재정적 행정적 기술적 지원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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