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강제로 끌어안고 `모텔가자` 졸라…동성간 성추행 스캔들 휩싸인 상아탑
입력 2017-06-07 15:56  | 수정 2017-06-07 16:33
서울대 공과대학 학생회 특별위원회 입장서 갈무리

최근 대학 MT에서 술에 취해 잠이 든 동성 신입생의 성기 주변 등에 치약을 바른 행위에 대해 처음으로 성추행 죄가 적용돼 법원에서 유죄판결이 나온 가운데 서울대에서도 동성간 성추행 사건이 뒤늦게 드러나 학생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7일 서울대 공과대학 학생회는 지난 3월 발생한 공대 학부생간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보고서와 입장서를 온라인에 공개했다.
학생회는 "동성이라는 점을 명시함으로써 이 사건이 가질 수 있는 의미가 존재하고 그것이 공론화 내용에 포괄돼야 한다"면서 해당 사건이 동성간에 일어난 사건임을 밝혔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모두 남성이다. 사건 발생 이후 피해 학생은 해당 사실을 제보하면서 학생사회 내에서의 해결을 요청했고 학생회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약 한달간 조사를 진행했다.
학생회가 공개한 진상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해지목인 A씨와 피해호소인 B씨는 같은 학내 단체에서 일하던 사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 3월 새벽 A씨는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술자리에 나올 것을 지속적으로 설득했고 이들은 함께 술을 마셨다. 이 자리에서 A씨는 B씨에게 '동성을 좋아하냐'며 성적 지향에 관한 질문을 했고 B학생은 본인의 성적 지향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그러자 A씨은 대뜸 '좋아한다'고 고백을 했고 이를 선후배 관계 수준으로 호감으로 오해한 B씨는 '나도 좋다'고 답했다. 그러자 A씨는 "연인 관계를 원한다는 뜻"이라며 재차 물었다. 이에 B씨는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A씨는 "바람을 쐬러 가자"며 술집 밖으로 나갈 것을 제안했고 술집 밖 벤치에서 B씨를 강제로 끌어안고 스킨십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강제적인 신체 접촉을 세 차례 시도한 것으로 학생회는 확인했다. 또 반복적으로 "모텔에 가자"고도 졸랐다. A씨는 이 과정 전체에 대해 기억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회는 "강제적으로 신체 접촉을 한 행위는 성폭력 행위 중 성추행에 해당하며 거부 의사에도 모텔 등에 함께 가자는 요구를 한 것은 성적 희롱이기 때문에 A를 사건의 가해자, B를 피해자로 확정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저는 그 어떤 차별도 반대한다"며 "성소수자 차별 문제는 앞으로 충분한 사회적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최근 동성애에 대한 편견 해소 움직임이 커졌지만 최근 늘어가는 동성간 성폭력 사건으로 반론에도 불이 붙고 있다. 성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 해소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강요에 의한 스킨십 등은 타인의 성적결정권을 짓밟는 성폭력이란 점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청주의 한 대학 예비역 복학생 환영식에서는 선후배 간 동성 성추행과 가혹 행위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학교측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이 사실은 대학 학생들이 이용하는 한 소셜미디어에 선배들이 후배에게 전역 신고식을 빌미로 바지를 벗기고 신체 중요 부위에 라이터 불을 갖다 대는 등 성추행을 했다는 익명의 게시글이 올라오면서 공론화됐다. 최근 학과 단합대회(MT)를 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잠을 자던 신입생의 상의를 걷어 올리고 하의를 내린 뒤 배와 성기 주변에 치약을 바른 이른바 '치약장난' 사건은 법원에서 유죄로 판결났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남성 피해자의 경우 자기 자신을 잘 지켜야 한다는 남성성의 침해에 대한 두려움에 피해를 말하기가 더 어렵다"면서 "성별에 관계없이 상대방이 의사에 반하는 성적 언행에 대해 피해를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성간 성폭력도 '범죄'라고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공대 학생회는 "사건 당사자의 성별과 성적 지향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는 자신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당했을 때 의사대로 사건을 공론화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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