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UNIST·GIST 연구진, 세포 내 물질이동 새 경로 밝혀
입력 2017-06-07 15:29 
이창욱 UNIST 교수

세포 내 물질 이동의 새로운 경로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져 주목된다. 이로써 원활한 물질 이동이 일어나지 않을 때 발생하는 퇴행성 뇌질환 등 여러 대사질환 원인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7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이창욱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부 교수와 전영수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의 공동연구팀은 생명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세포 가운데 인간을 비롯한 고등생명체를 구성하는 단위인 '진핵세포' 내 새로운 물질 교환 경로를 최근 밝혀냈다.
세포는 미토콘드리아와 핵, 소포체, 리소좀 등 작은 소기관으로 구성돼 있다. 지금까지 연구에서는 이 소기관들 사이에서 단백질 같은 물질이 이동할 때 일종의 보자기 역할을 하는 '소낭'에 담겨져 전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세포에서는 소낭에 의한 물질 이동 경로 이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물질 이동 현상이 존재한다. 이 가운데 세포 소기관들이 직접 서로 물리적으로 접촉해 막접촉면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물질이 교환될 수 있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를 통해 알려졌지만 이러한 과정을 매개하는 단백질 정체나 작동 메커니즘은 여전히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팀은 세포 소기관인 핵과 리소좀을 직접 연결하는 막접촉점(NVJ)의 상호작용을 통해 소낭 없이 물질이 이동하는 경로를 3차원 입체 구조로 처음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핵과 리소좀의 막접촉점인 NVJ를 형성하는 단백질 복합체(Nvj1p-Vac8p)가 '스캐폴드' 기능이 있음을 밝혀냈다. 스캐폴드는 단백질의 구조적 특징 중 하나로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여러 단백질끼리 서로 결합할 수 있는 특징을 말한다.
연구팀은 이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바탕으로 핵과 리소좀 간 막접촉점 형성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아미노산을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효모세포에서 이러한 아미노산을 돌연변이시켰을 때 두 소기관을 연결하는 막접촉점이 사라지고 핵과 리소좀 간 물질 이동이 억제된다는 걸 발견했다. 또 연구팀은 돌연변이 효모에서는 막접촉점에서 일어나는 모든 세포 활동이 억제된다는 걸 관찰해 그간 이론적으로만 알려져 있던 막접촉에서의 생명활동을 처음 규명했다.
연구팀은 X레이 구조법을 사용해 막접촉점을 직접 연결해주는 단백질의 입체구조를 원자 수준의 높은 해상도로 관측해 냈다. 이창욱 교수는 "이번 발견은 그동안 원활한 물질 이동이 일어나지 않을 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퇴행성 뇌질환이나 여러 대사질환 원인을 연구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특히 핵과 리소좀 간의 막접촉점 외에 고등세포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막접촉점 연구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연구 논문은 최근 국제 학술지 '미국과학학술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서진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