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건강한 똥으로 장 건강 회복한다
입력 2017-06-07 11:04 

대변이식술(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은 사람의 대변 속 미생물을 내시경이나 관장을 통해 환자의 장(腸)속에 뿌려주는 치료법으로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에선 널리 알려진 공인 치료법이다. 국내에서는 세브란스병원이 지난해 국내외 임상시험 성과를 가지고 신의료기술을 신청해 첫 승인을 받았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박수정 교수는 현재 약물로 잘 조절되지 않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장염' 환자에 한해 대변이식술이 시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세브란스병원이 국내 첫 대변이식술 전문진료팀을 꾸리고 본격적인 진료에 나섰다고 7일 밝혔다. 의료진은 소화기내과와 감염내과 및 진단검사의학과 의료진으로 꾸려진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Clostridium difficile)는 우리 장에 증상이 없는 건강한 사람에서도 소량 기생할 수 있는 균으로, 급격히 증가할 경우 독소를 배출해 장염을 야기한다. 이로 인해 설사와 발열, 점액변 또는 혈변 등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복통과 오심, 구토, 복부팽만감, 오한 등 다양한 불편감을 동반한다. 감염성 질환으로서 항생제 치료가 우선이지만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레 장염은 주로 다른 질환을 치료하고자 사용된 항생제 치료 후에 발병하는 특징이 있다.
이로 인해 일반적인 항생제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아 특정 항생제로 치료해야 하며, 혹 초기치료가 잘 되어도 환자의 35%이상에서 재발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반코마이신 등 강력한 항생제에도 재발하는 경우가 있고, 이러한 항생제를 지속 사용할 경우 환자에게 고위험도의 항생제 내성을 키울 수 있어 치료약물 사용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레 장염환자들이 반복적인 재발을 할 경우, 다양한 동반증상으로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을 받게 되고 거대결장, 장 천공, 쇼크 등의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합병증 위험을 안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다양한 대안적 치료법이 연구되었으며, 항생제 치료로 수가 감소한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맞추어 증가해 있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균을 줄이자는 치료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리고 건강한 사람의 대변 속의 미생물을 환자의 장에 이식하는 치료법이 나왔고, 그 결과 90%이상의 환자에서 치료 성공율을 보이는 것으로 미국과 유럽의학계에 보고가 되고 있다.
박수정 교수는 "항생제가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장염의 주 발병원인이라 항생제 사용 자체를 중단하면 원인 치료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주 환자 층이 항생제 치료가 꼭 필요한 수술 후 감염이 발생한 환자나 다양한 감염성 질환으로 항생제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들이라 이를 중단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건강한 미생물을 얻는 것이 치료의 관건인 만큼 박수정 교수는 좋은 대변을 우선 확보하는 것이 치료의 첫 시작이라 한다. 우선 대변제공자에 대한 과거병력과 현재 건강상태, 가족력, 장내 병원균 및 기생충 감염여부 등을 세심히 살피어 환자에게 새로운 병을 전파하는 것을 철저히 예방한다. 또한 간염환자와 헬리코박터 보균자, 여러 감염성질환자, 비만이거나 당뇨환자 등도 처음부터 제외대상이다.
다양한 공여자 검사를 통하여 엄격한 여러 조건을 충족한 일반인으로부터 얻은 대변을 병원 진단검사의학과에서 별도의 특수처리를 통해 필요한 장내 미생물 용액으로 제조한 뒤, 위나 대장내시경 및 관장을 통해 환자의 장속에 뿌리게 된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까다로운 대변 제공자의 조건을 통과한 일반인의 대변을 모아두는 '대변은행'을 운영 중이라는 박수정 교수는 국내에서도 중장기계획을 갖고 관련 시설 운영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박수정 교수는 향후 치료 연구가 축적된다면 궤양성 대장염이나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들에게 대안적 치료법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전망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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