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런던 테러범들 신원 공개 따른 용의자 '부실관리' 논란
입력 2017-06-07 07:54 
런던 테러범들 / 사진=연합뉴스
런던 테러범들 신원 공개 따른 용의자 '부실관리' 논란



영국 런던 브리지 테러범들의 신원이 속속 공개되면서 대테러 당국의 용의자 부실관리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런던경찰청이 5일(현지시간) 신원을 공개한 범인 2명 중 쿠람 버트(27)가 영국 내 이슬람 극단주의자를 다룬 TV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데다 과거 두 차례나 신고된 적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입니다.

BBC 방송과 인디펜던트 등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해 '채널4'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이웃집 지하디'에서 버트를 포함한 6명의 무슬림 남성이 런던의 한 공원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깃발을 펼친 다른 남성의 뒤에서 기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들이 출동한 경찰관과 격렬하게 언쟁을 벌이는 장면도 다큐멘터리에 나옵니다.


특히 시리아로 건너가 IS에 합류해 인질 처형 동영상에도 등장한 영국인 지하디스트 싯다르타 다르가 같은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바 있습니다.

게다가 버트와 관련해 최소 2건의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확인돼 '부실관리' 논란을 키우고 있습니다.

한 이웃은 버트가 아이들에게 급진 사상을 주입한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버트의 한 친구는 그가 유튜브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관련 영상을 보면서 극단주의를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고 대테러 기관에 신고전화를 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습니다.

버트는 또 영국 내 급진 이슬람 단체로 유명한 '알무하지룬'을 추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경찰과 MI5(영국의 국내담당 정보기관)가 연달아 발생한 세 건의 테러를 왜 예방하지 못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며 "버트가 알무하지룬과 연계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MI5가 왜 그를 더 밀착 감시하지 못했는지도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과거 내무장관 시절 경찰인력 감소를 지휘했던 점을 놓고 야당에서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총리직 사퇴 주장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찰과 정보기관이 모든 잠재적 테러 용의자를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현실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가디언에 따르면 MI5 인력은 4천 명으로 오는 2020년까지 1천 명을 증원할 예정이지만, 버트를 포함한 '요주의 인물' 리스트는 모두 3천 명에 이릅니다.

MI5는 즉각적인 공격을 계획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극소수 유력 용의자에 대해선 24시간 상시 감시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감시 활동에는 1인당 20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모든 요주의 인물에 대해 적용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전직 MI5 요원인 리처드 배럿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의심이 가는 모든 사람을 감시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그런 나라에서 살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영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감시 관련 법안을 채택한 데다 정부 당국의 전화와 인터넷 정보 수집에 대한 제약도 다른 나라에 비해 적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전 관리가 꼭 부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메이 총리는 런던 테러 직후 ▲ 대테러 정책 재검토 ▲ 테러 공격에 대한 형량 강화 ▲ 테러리스트들의 '온라인 은신처' 단속 ▲ 극단주의의 온상인 무슬림 커뮤니티 단속 등 더 강력한 조치를 천명한 바 있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이런 조치가 얼마나 소용이 있겠느냐는 무용론과 함께 인권침해라는 역풍도 만만찮아 사흘 앞으로 다가온 영국 총선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한편, 영국 경찰은 런던 테러 직후 체포한 12명의 남녀를 기소하지 않고 석방했다고 밝혔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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