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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민지 "`꿈의 제인` 소현 낯익은 얼굴, `응팔`은 다른 모습이었죠"
입력 2017-06-07 06:51 
영화 `꿈의 제인`에서 주인공 소현을 연기한 배우 이민지. 사진|유용석 기자
영화 꿈의 제인, 사랑받길 원하는 소현 役
"주인공으로는 두 번째 개봉하는 영화"
"외로움 극복하는 방법 많이 찾은 것 같아요"
"응팔의 인기, 감사한데 부담이기도"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배우 이민지(29)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대중의 관심을 받았으나 사실 독립영화계에서는 이미 꽤 유명하다. TV 드라마 몇 편에 얼굴을 비치기도 했으나, 영화로는 그 몇 배 이상을 활동했다.
2011년 부서진 밤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 수상, 2012년 초대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단편 경쟁 최우수상인 오리종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기력도 검증받았다. 2013년 한국영화로는 처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최고상인 (단편) 황금종려상을 받아 화제를 모은 세이프의 주인공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남녀배우상을 따낸 영화 꿈의 제인(감독 조현훈)은 시나리오와 연출도 좋지만 이민지의 연기력도 한몫하는 작품이다. 어디에도 받아들여지지 못한 소녀 소현(이민지 분)과 누구와도 함께하길 원하는 미스터리한 여인 제인(구교환 분)의 특별한 만남을 담은 영화다.
"내가 주인공으로 개봉하는 영화는 두 번째"라고 웃은 이민지는 설렘 가득한 얼굴이었다. "영화제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개봉하게 돼 너무 신기하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상을 받고 개봉도 하게 됐지만 처음 시나리오를 받은 이미지는 답답한 마음이 컸다. 소현이 극 전체를 다 이끌어가는데 감정 표현도 많지 않고 너무 답답해 보여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구교환 배우가 3~4달 전 캐스팅돼 준비할 시간이 많았던 반면 이민지는 촬영에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촉박했다.
이민지는 그 남은 시간 동안 매일 같이 감독을 만났고, 시간이 안 되면 전화로라도 연락하며 캐릭터 구축에 나섰다. 그는 "사실 응팔에서는 다른 모습이긴 했는데 나는 미장센단편영화제 비정성시 섹션의 얼굴이라고 할 정도로 출연한 단편이 많이 초청됐다"며 "이전 작품들에서 꿈의 제인의 소현 같은 얼굴을 그동안 많이 해서 감독님이 부담됐을 수도 있었을 텐데 같이 하자고 해서 고마웠다. 영화 구성이 독특하고 다른 캐릭터들도 다 매력적이라서 즐거운 작업이었다. 특히 구교환 오빠를 배우나 감독으로서 너무 좋아하고 팬이었는데 같이 하게 돼 좋았다"고 행복해했다.
배우 이민지는 `응답하라 1988`의 인기가 감사하고, 한편 부담스럽다고 했다. 사진|유용석 기자
가출팸과 트랜스젠더 이야기가 사실 쉬운 소재는 아니다. 그들이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민지는 노숙인들의 재활을 돕는 한 잡지를 언급했다.
그는 "한 노숙인이 잡지에 기고한 글을 봤는데 왜 당신은 홈리스가 됐느냐?는 물음에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살아오다 보니 이렇게 돼 있었다고 하더라. 가출 청소년들도 우연한 기회에 가출하고 또래를 만나 가족보다 더 가족같이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몰입했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극 중 주인공 소현이 억지로라도 가출팸에 남아있는 게 "살아남으려는 방법처럼, 가족이라는 생각을 하고 붙어있었던 것 같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어떤 구성원에 한 번도 속해보지도 않았고, 어떻게 자신을 표현해야 하는지도 몰랐던 소현은 시종 외로워 보인다. 소현의 전사는 새끼발가락 하나가 없는 걸로 극명하게 표현된다. 외롭고 고독하며 쓸쓸하기까지 한 소현은 결핍의 아이콘으로 작용한다. 이민지는 "아빠가, 엄마가 어떠했는지 장면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작은 차이 하나라도 불행한 삶이 시작됐겠구나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 좋았다"며 "소현의 과거를 상상하게 하는 신"이라고 만족해했다.
영화의 주된 분위기는 외로움이다. "예전에 비해 현실의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많이 찾아낸 것 같다"고 한 그는 "나는 우두머리는 아니고 그냥 무리 중 한 명이었다"며 "그 우두머리 친구에게 내가 1순위였으면, 나랑만 놀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친구는 내가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어떤 질투와 동경의 대상이었는데 이번 영화에서 지수를 바라보는 지점에 사용했다"고 짚었다.
이민지는 응팔에 출연해 대중적 인지도가 약간 높아졌다. 좋아할 줄 알았는데 부담감이 더 크게 작용한 듯하다. "알아봐 주셔서 감사한 일이긴 한데 부담이기도 해요. 드라마가 한창 방영할 때 수영을 다녔는데 어느 날 샤워 끝나고 머리를 말리는데 어느 분이 잘 보고 있어요라고 하셔서 놀랐어요. 사실 교정기 빼면 잘 모르시거든요. 감사합니다라고는 했는데 순간 얼음이 됐죠. 조심해야겠구나 생각을 했고, 그 이후 수영장을 못 갔어요. 지금은 (그 응팔 인기가)사그라들어서 다행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웃음)"
영화 `꿈의 제인` 주인공 소현을 연기한 이민지는 "오래 가는 배우가 목표"라고 했다. 사진 |유용석 기자
여전히 응팔 동료들과는 잘 지내고 응원해준단다. 모두가 바빠졌기에 행복하다. 이민지는 "더 바빠진 사람이 있어서 그렇게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서로 연락하며 응원을 해준다"고 했다. 그는 하나의 작품 덕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기하길 바라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민지는 "시청자들이나 관객이 지루해하지 않는 작품을 하면서 무난하게 흘러갈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며 "재미있는 캐릭터도 맡았으면 좋겠다. 내적으로 뭔가를 하는 역할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외적으로도 표현하고 싶다"고 바랐다.
"아, 반전 있는 캐릭터도 맡고 싶어요. 교환 오빠처럼 특기가 있으면 좋을 것도 같기에 뭔가를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열심히 찾아내야겠죠. 장기적 목표요? 그건 당연히 오래가는 배우죠. 헤헤헤."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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