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문재인 정부 첫 추경 `험난`, 역대 최대 감액 가능성도
입력 2017-06-05 16:26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내수 활성화의 마중물로 삼겠다며 꺼내든 11조2000억원 규모 추가경정 예산안에 대해 야권이 강력한 제동을 걸면서 향후 추경 통과 여부와 축소 규모에 관심이 모아진다.
권력은 자리(인사)와 돈줄(예산)에서 나온다. 청와대와 여당은 수출호조 등 경제지표가 나아지는 와중에도 집권 초 뭉칫돈을 투입해 일자리 창출과 경기회복에 대한 강력한 시그널을 주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초대 내각 인사검증에서 번번히 밀리고 있는 야당은 새정부 첫 예산 사업인 추경에서는 권력견제 역할을 제대로 해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금껏 정부의 추경 계획이 의회에서 백지화된 적은 한도 없다. 수십조원의 규모 정부 추경안이 국회서 수천억원 정도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11조원 규모 추경은 1조원 넘게 축소되면서 역대 최대 감액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추경이 국회서 통과하려면 국회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안 표결서 봤듯이 국민의당은 이번 추경 통과에서도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추경의 키를 쥔 국민의당은 '추경 찬성, 규모 축소' 정도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황주홍 국민의당 예결위 간사는 5일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 첫 예산사업의 예봉을 꺾는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일자리 추경의 장기적인 재정부담과 실제 효과가 얼마나 될지 근본적인 토론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일자리 추경 명분이나 필요성은 있지만 추경 규모와 세부 내용에 대해선 대대적인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나보다 추경에 대해 더 비판적인 입장"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자유한국당은 정부 추경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도읍 한국당 예결위 간사는 "이번 추경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 대량 실업, 남북관계 변화 등 추경의 중대한 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공무원 증원은 퇴직할 때까지 수십년간 지속적인 재정투입이 필요해 본예산에서 논의해야 하고, 추경을 집행해야 할 신임경제 사령탑이 인사청문회를 앞둔 상황에서 추경을 강행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홍철호 예결위 간사는 "이번 일자리 추경은 원칙에 맞지 않는 처사로 당차원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예산 세수가 초과됐다고 무조건적이고 무리한 추경편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경이 원칙에 어긋났다는 것은 야당의 공통된 생각"이라며 "추경을 펀드 신설과 누리예산 편성 등에 쓰겠다는 것도 방향성과 방법 면에서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반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추경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후덕 민주당 예결위 간사는 "현재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일자리 확충 취지를 살리는데 이번 추경이 매우 중요하다"며 "청년실업과 노인일자리 부족이 심각한데 소방·경찰직이나 노인일자리는 즉각 효과가 나오기 때문에 야당을 잘 설득하면 합의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 정부 추경안을 분석해보면 정부는 적게는 2조원, 많게는 28조원 규모의 추경을 거의 매년 빠지지 않고 제출했다. 역대 최대 규모 추경은 미국발 글로벌 외환위기 직후인 2009년 편성된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 일자리·취약층 지원' 추경으로 액수만 28조4000억원에 달한다.
신속한 편성이 중요한 추경의 국회 처리기간도 사안에 따라 제각각이었다. 김대중 정부시절인 2000년 '저소득층 생계 안정' 추경은 국회에서 106일동안 발이 묶여 최장기간이 걸렸다. 반면 2002년 '태풍 루사 피해복구' 추경은 3일만에, 2006년 '태풍 에위니아 및 집중호우로 인한 재해' 추경은 11일만에 신속하게 국회 절차를 마무리했다.
2000년 이후 추경 편성이 이뤄지지 않은 해는 5개년에 불과했고 한해 두차례 추경이 편성된 2001년과 2003년을 고려하면 총 15차례의 추경이 실행된 셈이다.
[전범주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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