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장님' 부르던 하객들의 정체…"세상 무섭네~"
입력 2017-06-05 14:46 
사진= 연합뉴스

지난 4월 16일 부산의 한 결혼식장입니다.

신랑의 아버지 A씨는 자신을 아들의 지인이라고 소개하는 정모(59) 씨로부터 "일행이 3명 더 있는데 식권을 챙겨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처음 본 얼굴이지만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비슷한 연령층의 하객들과 인사를 하는 것을 본 A씨는 정씨에게 선뜻 식권을 건넸습니다.

정씨는 "일행들이 급한 일로 식사를 못 했다"며 식사권 개수만큼 답례금을 받아 챙겨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해당 결혼식장에서 정씨와 "부장님"이라고 부르며 인사를 나누던 김모(57) 씨는 축의금인 척 양가에 빈 봉투만 내고 답례금 2만원을 챙겼습니다. 몇 분 뒤 접수대가 혼잡하자 김씨는 다시 찾아가 얼굴을 가리고 손을 내밀며 답례금을 재촉해 돈을 더 챙기기도 했습니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결혼식장에서 답례금 절도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4월 16일부터 지난달 19일까지 잠복수사를 벌여 정씨 등 6명을 검거했다고 5일 밝혔습니다.

경찰은 또 범행을 시도했다가 혼주가 눈치채며 미수에 그친 2명과 범행을 보고도 묵인한 3명을 검거했습니다.

경찰은 이들 11명 모두 교도소에서 만나 서로 아는 사이라고 밝혔습니다.

각자 범행했지만, 우연히 결혼식장에서 마주치면 서로를 '부장님' 혹은 별명으로 부르며 아는 체하고 범행을 묵인하거나 서로 시야를 가려주는 등 협력했습니다.

경찰이 분석한 예식장 폐쇄회로(CC)TV에는 한 결혼식에 이들 5명이 한꺼번에 찍히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입증이 가능한 절도 금액만 80만 2천원"이라면서 "이 가운데 27만 원은 혼주에게 돌려줬고 여죄가 있는지를 추가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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