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가정판매 위주의 소극적 사업전략을 벗어나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와 유통 채널 확대로 연세우유의 '백년대계' 포석을 놓겠습니다"
연세우유 창립 55주년을 맞아 홍복기 연세대 법인본부장 겸 연세우유 최고경영자(CEO)가 내놓은 야심찬 계획이다. 1962년 연세우유 설립 이후 상대적으로 약했던 소매점 판매 부문을 대폭 보강해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먼저 현재 2000억원 수준인 매출을 2020년까지 3000억원으로 키우고, 종합식품기업으로 우뚝 서는 게 목표다.
지난해 8월 연세우유 CEO로 취임한 홍 본부장은 지난 2일 서울 연세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판로 확대를 위해 '연세우유' 브랜드 상품들을 대형마트·편의점에 적극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홍 본부장은 "연세우유는지난 55년 간 단 한번의 적자 없이 견실하게 커왔지만 이제는 우유업계를 둘러싼 각종 환경이 바뀌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진출이 늦었던 일반 소매점 판매에 힘을 실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홍 본부장 취임 이후 연세우유의 전략은 확연히 달라졌다. 지난해 편의점 CU에서 판매를 시작한 '마카다미아 초코우유', '아보카도 우유'나 GS리테일과 손잡고 선보인 '연세우유X켈로그 GS수퍼 콤보박스' 등이 대표적이다. 흰 우유 중심이던 상품 구조를 다양화하는 동시에 대형마트·편의점 상품 유통을 늘리려는 전략이다. 그는 "흰 우유 소비층이 줄고 저출산이 심화하고 있어 소비자 니즈에 부합한 맞춤형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저온살균유·가공유 등을 강화하고 제품 패키징 다양화 등 다품종 소량 생산을 위한 시설 투자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변화는 평소 기업 관련 활동을 꾸준히 해온 홍 본부장의 판단 덕분에 가능했다. 연세대 법학과·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그는 경제·회사법 분야의 전문가로 여러 기업의 감사·리스크관리 업무를 도왔다. 학자인 그가 CEO로서의 마인드를 갖출 수 있었던 이유다. 그는 "일반 기업들은 빠르게 변하는 경영 환경에 다양한 고민과 시도를 아끼지 않고 있다"며 "새로운 도전을 통해 국민 건강과 생활 전반에 기여하는 '100년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요즘 그는 국내 인구구조 변화와 맞물린 미래 소비 트렌드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강화한 건강기능식품 부문이 대표적이다. 연세대 의대, 식품영약학과, 생명공학과 교수진으로 구성한 식품과학위원회와 연계해 신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선 기초건강부터 눈·간·혈행개선 등에 효능이 있는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연세백세 5'를 GS수퍼에 선보였다. 연세대가 특허출원한 소재로 구강 건강에 효능이 있는 '잔소리졸'을 활용한 제품도 선보인다. 홍 본부장은 "암웨이와 공동 개발한 구강건강 캔디 '프레쉬 라스트'를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세 세브란스병원의 전문성을 십분 활용한 노령친화식도 조만간 출시한다. 연세우유는 이달 동아제약과 환자식 제품 개발·판매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연세우유가 제품을 연구·생산하면 영업 부분에 강점이 있는 동아제약이 판로를 개척하는 구조다. 첫 제품은 내년 상반기께 출시할 예정이다. 그는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몸에 편안한 음식,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 적합한 음식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며 "국내 최고의 의료기관 세브란스 병원에서 효능을 검증받은 노령친화식으로 승부수를 던지겠다"고 강조했다.
사업 다각화도 속도를 낸다. 최근엔 천연 식물성 성분인 글루코폰을 주 원료로 친환경 세제 등 생활용품을 선보였다. 연내에는 물티슈, 마스크팩 등 화장품 라인까지 내놓을 예정이다. 그는 "앞으로 소비자들이 우유 제품 외에 다양한 제품에서 '연세우유' 브랜드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를 통해 종합식품·생활용품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올해에는 해외 시장 공략에도 힘쓸 계획이다. 핵심은 중국이다. 2011년 3억원대에 불과했던 연세우유의 중국 매출은 지난해 150억원대까지 뛰었다. 올해 200억원에 이어 2018년부터는 연간 400억원 이상 수출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해 중국 최대 유업체인 네이멍구이리실업그룹과 10년간 총 4000억원 규모 수출계약도 체결한 바 있다. 국내 흰 우유 부문 단일 수출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중국 실적에 힘입어 올해 해외 수출액은 '1000만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그는 "동남아·미국 등에서 두유 제품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앞으로 해외 실적이 더 좋아질 것으로 본다"며 "적극적인 해외 진출로 현 16개국 수준인 수출국 수를 연내 20개국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 본부장은 '성장'에 초점을 맞추되 '윤리경영'의 원칙은 확고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55년 간 연세우유가 꾸준히 클 수 있었던 비결은 소비자·직원·축산농가와 확고한 상호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학생들의 장학재원이라는 취지를 잊지 않고 윤리경영을 바탕으로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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