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뉴스추적] 정유라 기각에 당황한 검찰…수사 차질 '불가피'
입력 2017-06-03 19:30  | 수정 2017-06-03 20:18
【 앵커멘트 】
정유라 씨가 결국 기각됐습니다.
국정농단의 최대 수혜자 가운데 한 명이어서 구속이 점쳐졌는데요.
의외라는 결과입니다.
법조 출입, 서정표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질문 1 】
서 기자, 결국 기각됐어요, 어떻게 보십니까?

【 기자 】
보통 구속을 할 때 적용하는 기준은 크게 3가지입니다.

사안의 중대성, 도주의 우려 그리고 증거인멸 가능성입니다.

재판부가 오늘 새벽 정유라 씨를 풀어주면서 밝힌 내용은 이렇습니다.


"피의자의 가담 경위와 정도, 기본적 증거자료에 비추어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쉽게 말해서 검찰이 수사한 증거로만 보면 범죄 가담 정도가 적고,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도 없다는 겁니다.

【 질문 2 】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정유라 씨는 엄마, 최순실 씨가 다 했다고 주장했잖아요?

【 기자 】
네. 바로 그겁니다. 입국할 때 기자회견의 핵심은 '엄마 핑계'였는데요.

그 전략이 맞아떨어진 겁니다.

구속영장에 적용된 혐의는 2가지인데요.

이대 입시 학사비리와 또 하나는 청담고 재학 때 허위 출석을 인정받거나 봉사활동 실적을 조작한 혐의입니다.

검찰은 정유라 씨도 사전에 충분히 이런 범죄를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인식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범'이라는 논리로 구속을 하려고 했던 것이고요.

이대 면접 때 '금메달을 가지고 가서 적극적으로 면접위원들에게 보여준 행위',

이미 각본에 짠 약속이라는 건데, 영장 심사 때 받아들여지지 않은 거죠.

실제 영장 심사에서 정유라 씨는 이 모든 것들을 엄마가 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오늘 새벽에 풀려나면서 정유라 씨가 했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 인터뷰 : 정유라 씨 / 오늘 새벽
- "알지 못하는 일들이 많아서 그런 게 좀 억울하다기보다는 왜 몰랐을까, 하는 그런 부분이 있고요."

【 질문 3 】
역시 모른다고 말을 하는군요.
법정에서 정유라 씨가 반성하고, 눈물을 흘린 것도 기각 결정에 영향을 줬겠죠?

【 기자 】
어제 영장 심사를 마친 뒤 이경재 변호사는 정유라가 씨가 반성하고 있다는 말을 유독 강조했습니다.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이경재 / 정유라 씨 변호인
- "정유라는 자기 일 때문에 여러 사람한테 상처를 주고 허탈감을 준 것에 대해서 눈물을 흘리면서 반성을 한다고 얘기했어요."

또, 어머니와 딸을 동시에 구속하는 일은 사실상 드문데요.

이런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 4 】
그런데, 영장을 기각한 판사가 강부영 판사 아닙니까?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한 판사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도 구속시킬 것으로 많이 예상이 됐는데요.

【 기자 】
혐의만 놓고 보면 박 전 대통령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배경이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사건의 한가운데 있는 직접 당사자입니다.

안종범 전 수석의 56권에 달하는 수첩에는 박 전 대통령이 어떻게 개입을 했고, 지시를 했는지 정황이 구체적으로 나옵니다.

누구한테 책임을 돌릴 제 3자도 없고, 증거가 확실한 상황에서 구속은 뻔한 거였죠.

【 질문 5 】
검찰로서는 큰 위기입니다.
정유라 씨를 단초로 국정농단 재수사에 들어가려고 했던 거 아닙니까? 일단 제동이 걸렸어요.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정유라 수사는 새로 부임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첫 수사입니다.

국정농단 재수사의 신호탄이라고 볼 수도 있는 건데요.

검찰이 정유라 씨를 구속하려고 한 건 뇌물죄 수사 때문입니다.

정 씨의 개인 혐의보다도 정 씨를 구속해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뇌물죄 공범관계, 그 증거들을 더 보강하려고 했던 겁니다.

그런데 그 수가 살짝 틀어졌으니 검찰의 향후 행보에 제동이 걸렸고요.

사실, 법조계에서는 검찰총장이 임명되기 전에는 정유라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총장이 임명되면 우병우 등 최순실 게이트 2라운드 수사를 한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그러니 정유라 수사가 얼마나 중요했겠습니까.

검찰은 수사를 보강한 뒤에 구속 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요, 새로운 단서가 나올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습니다.

【 질문 6 】
재판에는 영향 안 줍니까?

【 기자 】
향후 재판에도 큰 차질이 예상됩니다.

우선 이대학사 비리 사건은 이미 결심 재판이 끝나서 최순실 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한 상태라 영향을 줄 것도 없습니다.

다만, 현재 최순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죄 재판이 검찰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데요.

정유라 씨를 구속해서 이에 대한 증거 보강을 하려고 했는데, 이게 안 되니까 향후 검찰로서는 속이 탈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 7 】
마지막으로 정유라는 풀려나자 곧장 서울 신사동 미승빌딩, 엄마의 집으로 갔어요.
아버지 정윤회 씨 집도 아니고요.
앞으로 검찰 조사를 대비하겠군요.

【 기자 】
정유라 씨는 현재 갈 곳이 많지 않습니다.

부모님이 이혼한 뒤 정유라 씨는 아버지, 정윤회 씨와는 생활하지 않았고요.

승마 훈련을 위해 독일로 간 뒤로는 정유라 씨가 살았던 집도 모두 처분을 했기 때문에 마땅히 갈 곳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향후 수차례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데, 검찰청과 가깝다는 점도 미승빌딩으로 간 이유로 보입니다.

【 앵커멘트 】
잘 들었습니다. 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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